헤르만 헤세 원작, 연극으로 첫 무대에
헤르만 헤세 원작, 연극으로 첫 무대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0.28 14:28
  • 호수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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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무대소극장 ‘데미안’

방황 통해 자아 찾는 과정 그려… 배경음악 몰입도 높여

1904년 발표한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발돋움한 헤르만 헤세(1877~1962)는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소설 한 편을 발표한다. 자신의 이름값이 아닌 순수하게 작품성을 평가받고 싶어 한 행동이었다. 그 결과 당시 독일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폰타네상의 수상자로 지명됐다. 목적을 달성한 헤세는 이듬해 정체를 밝혔고 그가 가명으로 썼던 작품 ‘데미안’은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한 인간의 고독과 방황을 그린 연극 ‘데미안’이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초연된다. 소설의 유명세와는 달리 이를 각색한 연극 ‘데미안’은 국내에서 한 번도 공연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대학로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1910년대 독일 김나지움(중고교 과정) 학교가 위치한 거리와 카페 등을 재현한 무대에선 ‘데미안’을 동경했던 ‘에밀 싱클레어’의 고백이 펼쳐진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싱클레어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치기 어린 마음에 저지르지도 않은 도둑질을 떠벌린다. 하지만 이 얘기가 불량배인 크로머에게 흘러들어가면서 그는 혹독한 괴롭힘에 시달린다. 날로 심해지는 크로머의 수탈에 괴로워하는 싱클레어에게 구세주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데미안이 나타난다.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가진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의 진실에 대해 가르친 후 홀연히 사라진다.
상급학교인 김나지움으로 진학한 싱클레어는 알퐁스 백과 크나우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청춘의 비애와 선과 악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피스토리우스라는 음악가이자 철학자를 만나면서 기득권 세력과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길에서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고 그 재회 이후 에바 부인이야말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던 여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얼마 뒤 전쟁이 발발하고, 그 전쟁에 참전한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야전 병원에 누워 대화를 나눈다. 자신이 필요할 때면 자기 안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을 남긴 데미안은 다음 날 아침 사라져 버리고, 싱클레어는 어느새 데미안과 똑같아진 자신의 모습을 마음속에서 찾아낸다.
이번 무대는 원작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충실히 재현한다. 싱클레어는 금기와 허락된 것 사이의 내적 갈등을 겪는다. 사춘기 시절 알퐁스 백을 만나 어두운 세계를 접하며 금기와 허락된 것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그는 데미안을 통해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을 찾고 자아를 발견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등의 명 대사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하는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 등 명곡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돼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극후반 출연진들이 함께 부르는 러시아 민요 ‘나홀로 길을 가네’는 작품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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