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이야기
인도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1.04 14:18
  • 호수 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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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던 하디와의 우정 감동적

인도의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1887~1920). 그는 수리분석, 정수론, 무한급수 등 설명조차 어려운 3900개의 수학 공식과 이론을 증명해 ‘제2의 뉴턴’으로 칭송받았다. 33세에 요절할 때까지 그가 남긴 업적은 현대과학의 주요 테마인 소립자물리학, 통계 역학, 컴퓨터 과학, 암호 해독학, 우주 과학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이런 그의 놀라운 업적들은 자칫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영국 왕립수학학회 회원이던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1877~1947)가 그의 편지를 묵살했더라면 말이다.
인도 빈민가에 살던 수학 천재 라마누잔과 그의 능력을 알아본 영국 괴짜 수학자 하디 교수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무한대를 본 남자’가 11월 3일 개봉했다.
작품은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던 1910년대 영국으로 건너가 갖은 차별 속에서도 연구에 몰두했던 라마누잔의 이야기와 그를 옆에서 응원하고 이끌어준 하디 교수에 초점을 맞춘다.
라마누잔은 태어날 때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수학 이외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고 인도 마드라스 우체국의 회계과에 근무하며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했지만 지독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더군다나 최하층 계급이어서 인도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당대 저명한 수학자였던 하디에게 자신이 발견한 복잡한 수학 정리 몇 개를 나열한 편지를 보낸다. 증명 과정은 없고 단순히 정리를 나열한 것이었지만 하디는 즉각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영국으로 초빙해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어렵사리 얻은 기회였지만 라마누잔의 영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계산기를 사용하지도 필기를 하지도 않은 채 암산으로 단번에 답을 내놓는 그의 태도는 교수들의 반감을 사고, 철저히 채식을 하는 그의 종교적 신념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된다. 영국인들에게 있어 라마누잔은 ‘식민지에서 온 거만하게 잘난 척하는 검둥이’로 비춰진 것이다.
영국 왕립학회 회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강한 직관과 확신으로 만든 자신의 공식에 오류가 발견되면서 그는 커다란 궁지에 몰린다. 여기에 변변찮은 식사와 과로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의 삶에는 어둠이 짙게 드리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누잔은 하디 교수의 도움을 받아 모두가 불가능하다 여긴 ‘수의 분할’ 공식을 증명하는 데 성공해 인도인 최초로 영국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되고 케임브리지 대학의 펠로우(특별연구원)에 임명됐다. 이때 하디 교수가 영국왕립학회 회원들 앞에서 라마누잔의 업적을 칭송하는 연설 장면에서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배우 데브 파텔이 숫자가 유일한 친구였던 ‘라마누잔’으로 완벽 변신해 낯선 환경과 차별 속에서 겪는 고뇌와 열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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