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6.11.18 10:54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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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은 때가 있다. 빛나는 젊은 시절이 그리워서이기도 하고, 실수와 착오의 연속이었던 지난날을 고쳐 다시 살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쏘아놓은 화살처럼 앞으로만 날아갈 뿐, 돌이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조금만 마음을 써서 생각해 보면 노화도 거꾸로 돌릴 수 있고 질병도 치료하고, 공부하는 자세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어의 ‘마음챙김’(mindfulness)이 바로 그런 내용이다.
얼마 전 엘렌 랭어 박사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에 초대된 유명 연사 중 한 사람으로 한국을 찾았다. 기조강연과 본 강연 두 번에 걸친 특강을 들으며 참으로 흥미로운 접근에 마음이 끌렸다.
특히 1979년에 진행된 랭어 박사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라고 불리는 실험은 아주 흥미로웠다. 실험은 70~80대 노인 8명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조용한 수도원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곳을 20년 전으로 재연, 즉 1959년의 삶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노인들은 그 마을에 가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며 그 시절의 TV 프로그램과 잡지를 읽고, 그 때 유행하던 옷을 입으며 그 시절 음식을 먹었다.
이 때 모든 대화는 1959년 현재형이다. ‘벤허’,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와 같은 영화를 보고, 그 시대의 정치적 현안과 사회적인 문제를 토론했다. 상상컨대, 그 집에 거울은 없었을 듯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 자신이 50대라고 생각해 행동하고 말했던 것이 온통 깨져버리는 순간이었을 테니까.
자신의 몸 하나 가눌 수 없는(아니, 가눌 수 없다고 평가되고 자신도 그렇다고 철썩 같이 믿어온) 노인들은 처음 도착할 때는 장성한 자녀의 극진한 도움을 받고 실험 장소에 왔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무거운 짐을 스스로 옮겨야 하는 일부터 모든 불가능한 것에 도전을 해야 했다.
일주일간의 실험기간이 지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됐고, 근육이 빠진 몸에 체중도 1.5kg이 늘었다. 손의 쥐는 힘도 향상되고, 관절이 더 유연해져서 구부러진 손가락이 좀 더 펴졌다.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 모두 좋아졌다. 연구가 시작될 때에 찍은 단체사진 보다 일주일간의 실험 참여 후 찍은 사진에선 모두가 훨씬 더 젊어보였고 활기가 넘쳤다. 물론 20년 젊어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랭어 박사는 ‘마인드 셋’ 혹은 ‘맥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생각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람들보다 평균 7년 반을 더 산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도, 늦은 나이에 어린 자녀가 있으면 젊게 오래 산다고 한다.
이른 나이에 혼인을 하여 일찌감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옛날과 비교해,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늦둥이 출산을 하게 되는 것이 백세시대를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 추측해 보게 된다.
마음 챙김과 관련해 말하기를 가르치면서 사용했던 나의 방법을 랭어 박사에게 이야기해드렸다. 말하자면, 60~70대 발표자에게는 혈기 넘치던 자신의 30대를 상상하며 스피치 하라고 조언한다. 랭어 박사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기법’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반면, 20대 대학생들에게 대중 앞에서의 발표를 가르칠 때는 마음속으로 ‘나는 성공한 50대 CEO다’라고 생각하고 발표를 하라고 시킨다. 그랬더니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발표를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스피치를 하게 되더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랭어 박사는 “그건 시계를 앞으로 더 빨리 돌리는 것이로군요”하며 재미있어 했다. 강연을 들은 이후 이를 요즘 여러 가지 상황에 적용해 보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 혹은 앞으로 당겨 가보는 일,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그렇게 반응해 보는 일, 일도 게임처럼, 공부도 호기심으로, 삶도 연극무대처럼…. 그 결과가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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