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한 신임 경기연합회장 “점심 한끼로 하루 버티는 노인들… 생계 위해 일자리 줘야”
이종한 신임 경기연합회장 “점심 한끼로 하루 버티는 노인들… 생계 위해 일자리 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11.18 14:15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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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장 4년, 지회장 8년… 경기 노인회 산증인
“젊은 노인층 오게 만드는 ‘복지타운’ 시·군에 설치”

“‘풍요속의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
이종한(77) 신임 경기도연합회장의 취임사 중 한 부분이다. 그는 11월 11일,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있은 제16대 경기연합회장 취임식에서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여전히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때우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 노인들이 많아 국가가 이들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식에는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지사, 정기열 도의회 의장, 김성헌 서울연합회장, 지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취임식 사흘 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경기노인회관 회장실에서 만나 앞으로의 로드맵과 라이프 스토리를 들었다.

-경기노인회관 건물이 근사하다.
“이 건물을 지을 당시(2004년) 제가 안산시지회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라 잘 알지요. 이존하 당시 연합회장이 애를 많이 쓰셨어요.”

이 연합회장은 33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안산시지회 사무국장(2004 ~2008), 안산시상록구지회장(2008 ~2016)을 지냈다. 그는 “연합회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흐름도 잘 알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도 간파하고 있다”며 “하나씩 개척해나가면서 노인복지가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연합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연합회장이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것 같다.
“그렇지요. 감회가 새로워요. 100여개였던 안산시지회 경로당이 240개로 늘었을 정도니 연합회도 많이 발전했어요. ‘사무국장협의회’를 만들고 지회장을 중심으로 직원과 경로당을 잇는 조직체계를 정립하는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취임식에 남경필 경기지사, 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도청을 옮겨놓은 듯했다.
“그날 예결위원장을 비롯해 국‧과장 15명이 참석해주었어요. 시‧군‧구 지회도 그렇지만 연합회란 조직이 방계단체이지요. 정부조직에서 벗어나면 안돼요. 예산을 지원해주는 관계요로와 연계가 잘 돼야 합니다.”
-남 지사와 협조가 잘 되는 것 같다.
“제가 남 지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새누리당 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부지사가 협치를 통해 안정적‧생산적인 도정을 실현하고 있어요. 그이가 체구는 작지만 대단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큰 인물로 추대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선거 마무리도 중요하다.
“44개 지회를 둔 경기연합회는 가장 큰 조직입니다. 경기 노인인구 133만명을 관장하는 조직이 원활히 움직이려면 내부조직부터 튼튼해야 돼요. 선거기간 동안 저에게 반대표를 던졌던 분들에게도 먼저 전화를 해 협조를 당부 드렸어요. 사실 그동안 엇박자가 많았어요. 지회가 연합회를 불신하고 연합회는 권위의식을 갖고 있으면 안 됩니다. 1순위가 지회장입니다. 직원들에게 ‘그분들을 하늘같이 여기고 화목하라’고 강조합니다.”
-노인복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복지타운을 구상 중입니다. 경로당에 노인들이 그냥 누워 있어요. 60~70대 젊은 노인들은 경로당에 안 갑니다. 왜 안 가느냐. 그 사람들이 ‘난 팔팔한데 거기 왜 가느냐’고 해요. 팔팔한 사람을 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50여가지 프로그램을 돌리고, 사우나 등 목욕시설과 실내골프장을 만들어놓고, 하루 4시간 일하고 40~50만원을 받아가는 노인 일자리를 마련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골프 치는 노인들도 찾아옵니다.”
-예산이 문제일 텐데.
“시‧군에 하나씩 두려고 해요. 수원에는 2개 정도를 둘 수도 있고요. 남 지사와 함께 만들 겁니다. 한곳에 200억~300억원을 예상합니다. 지회장들도 힘을 합쳐야 가능해요.”
-어떻게 그런 구상을 하게 됐나.
“제가 안산에서 노인복지관을 10년간 수탁‧운영하면서 생각해낸 겁니다. 거기에 복지부 평가 ‘최우수복지관’이란 플래카드가 아직 걸려 있을 겁니다. 대부분 종교단체들이 노인복지관을 맡아 하는데 복지관만은 노인회가 맡아 운영해야 합니다. 시니어클럽도 그렇고요.”

▲ 11월 11일, 제16대 경기연합회장 취임식 케이크 커팅 기념촬영. 왼쪽부터 김성헌 서울연합회장, 남경필 경기지사, 이종한 경기연합회장,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 정기열 의장, 차영식 부천시 소사지회장.

이종한 연합회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 농과대 임학과를 나왔다. 총무처 4급(현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안산시농촌지도 상담소장, 안산시 고잔1동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마감하고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했다.
“농촌지도소에 있으면서 자급자족을 이루었고, 산림직에 있으며 녹색혁명을 이룬 세대 중 한명이지요.”
-상록구지회장 시절 업적이라면.
“지회의 모든 경로당을 ‘실버레스토랑’으로 만들어 무료로 점심을 주고 식사도우미를 2명씩 지원했어요. 경로당마다 60~70만원씩 지원을 받도록 하고, 1사 1경로당 협약을 맺어 기업이 경로당에 10만원부터 많게는 200만원까지 후원하도록 했어요. 그리고 4시간 일하고 40~60만원 버는 가내수공업 일자리 200개를 만들어놓고 왔어요.”
-기업들이 협조를 잘 해주던가.
“지역에서 번 돈을 효 사상에 입각해 환원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적극 기부해줬어요 LG같은 기업은 한개 동의 10여개 경로당 전체를 지원해주었어요. 지자체에서 대야할 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니까 기초단체장들도 좋아하지요. 그걸 경기도에 대입할 겁니다.”
-상록구지회는 버스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형버스를 소유하고 있어요. 자식들이 관광시켜 주나요. 시에서 조금 도움을 받았지요. 아마 지금 버스 타고 여행을 갔을 겁니다. 또, 다른 지회에선 볼 수 없는 사회적 기업을 갖고 있어요. 연천농협과 업무협약을 맺고 장단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콩사랑맛사랑’이란 두부전문식당을 통해 시민에게 공급해요. 여기서 20여명의 노인들이 한달에 40만~60만원을 가져가요.”
-자격증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회의 어려운 이를 돕는데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한 거예요. 원예전문지도사(1급)‧과수전문지도사(1급) 등 남들이 갖지 않은 자격증을 비롯해 11개 정도 있어요. 최근에 중도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고 사회복지사, 상담사, 요양사 1급 자격증도 얻었어요. 노인사회의 ‘흙수저’는 노력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돼요(웃음).”
-100세시대 노인의 역할은.
“이 심 대한노인회장이 부르짖는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 바로 그겁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되고 몸으로 해야 해요. ‘콩사랑맛사랑’의 노인들은 손주 용돈도 주고, 거기서 3000만원을 저축한 이도 있어요. 의타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는 노인이 돼야 해요.”
-좌우명을 소개해 달라.
“‘절의렴퇴전패비휴’(節義廉退顚沛匪虧)라고 절개‧의리‧청렴과 물러남은 늘 지켜야 하며 엎어지고 자빠져도 이지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천자문’에 나오는 말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어휘에요. 그걸 모토로 삼아 살고 있어요.” 오현주 기자, 사진=송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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