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전 경제부총리·경기도지사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경기도지사
  • 정재수
  • 승인 2007.08.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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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리더십에 따라 경제성장 7%대 가능

경제주권을 IMF에 내주고 국민이 치욕스런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는 TV에 나와 국민에게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쩡쩡 울리는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은 움츠려든 국민 가슴을 어느 정도 펴게 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도지사를 끝으로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진 임 부총리를 만나 10년 전의 IMF상황과 경기도지사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노인복지정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통령후보 선출 등 촉박한 정치적 일정에서 누군가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데 참고가 됐으면 한다.

정치의 계절이 깊어지고 있다. 자천타천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르는 사람이 1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런 때 이름이 등장할만한 사람이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다.

임창열 부총리는 “1960년대 중반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한국은행에 들어갔으나 알오티시(ROTC) 장교 복무를 마치고 나서 국가적으로 추진되던 경제개발계획에 동참해보고자 마음먹고 직장생활을 하며 주경야독으로 공부를 했다”고 관료에 입문하던 때를 기억했다.

그때의 초심을 아직도 잃지 않고 공직생활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임 부총리는 바이오분야 기업인 알엔엘(RNL)사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 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을 맡아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경영전략을 자문해주고 있다.

특히 임 부총리가 고도 경제성장기에 우리나라 경제를 담당해온 경제 관료로서 중국(허난성)에 경제발전 정책 자문을 해주고 있다는 점은 성장기의 경제 전문가의 위상을 알게 해준다. 임 부총리는 그 외에도 바이오에너지 산업 분야와 같은 바이오벤처산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힘닿는 데까지 돕고 있다고 한다.


-바이오벤처 분야의 산업체인 RNL사 회장을 맡고 있다.

“생명과학제품, 식품생물의약,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내분비 의약품개발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에 줄기세포연구소도 있다. 부총리 시절과 경기도지사 시절 벤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애썼던 연장선상에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 선출로 어지럽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던 부총리 시절의 모습이 기억난다.

“전국민이 잘 호응을 해주고 공직자들도 불철주야 고생한 덕분이다. 그러던 우리 경제가 요즘 다시 살아나 세계 11위로 발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개무량한지 모른다.”


-당시 문제점은 무엇이었는가. 임 부총리는 그때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문제가 됐던 것은 국제수지 적자를 초래한 잘못된 환율정책, 무분별하게 늘어난 단기외채, 금융기관 감독의 소홀, 재벌의 과도한 차입경영을 막지 못한 일, 노사관계의 악화 등이었다. 어렵지만 시간만 확보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또 당시 IMF총재 캉드쉬와 협상단장이었던 나이스가 IMF에서 나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어서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었다. 주변에서도 믿어줬다. 당시 방한했던 일본 외무장관 같은 사람은 ‘임 부총리의 신뢰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수습을 못해 국가부도가 났다면.

“IMF, 세계은행, ADB 등에서 580여억 달러를 들여오기로 합의를 봐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안 들어왔으면 국가부도가 났을 것이다. 원자재난으로 수출이 중단됐을 것이고 식량도 자급자족이 30%밖에 안 되니 70%는 굶어야 할 판이었다. 포철의 공장도 멈춰서고 기름을 들여오지 못하니 자동차도 멈췄을 것이며 국가경제가 파탄 났을 것이다.”


-언젠가 터질 폭탄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누가 했어도 그 상황은 피할 수 없었을까 

“정부와 민간 경제계가 사전에 좀 더 잘 대처했더라면 외환위기 예방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그런 시각에서 정부도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시 타이완, 홍콩, 중국, 일본은 안 쓰러졌다. 왜 안 쓰러졌을까. 위기가 오기 전에 환율을 시장 환율제로 바꿨다면…. 정부의 잘못된 환율 정책으로 수입이 크게 늘고 수출이 위축되는 등 국제수지가 악화된 것이다. 정책 당국의 잘못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 우리국민의 저력을 믿었다
노인복지기금 조기조성 5개년 계획 수립 실천
젊은층 원로·선배 찾아 의논하는 문화 정착 기대


-역사적으로 IMF위기를 초래한 책임에 대한 규명은 제대로 되었나 

“IMF에 경제주권을 내준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평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김영삼 대통령을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IMF 위기를 수습한 분은 분명히 김영삼 대통령이다. IMF에 경제주권을 내주고서라도 국가부도를 막겠다고 결심한 분이다. 대통령으로써 경제주권을 내주지 않겠다고 했다면 정말 국가부도가 났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IMF 위기 초래 책임에 대하여 사법당국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반성할 점이 있다는 것과 정책 집행자들의 책임은 다른 얘기다. 특히 사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강경식 부총리 김인호 수석 두 분도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 헌신했다. 그 분들의 정책에 대해 찬반의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사법적 판단으로 책임을 물으려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경기도지사로 당선돼 경기도 경제를 살리는 데도 한 몫을 했다. 대선 경쟁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올 텐데, 한국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 가능한가 

“내가 도지사가 되던 1998년도에 경기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였다. 그러던 것이 1999년도에 경제성장률이 23%에 이르렀고 이듬해에는 20%를 성장시켰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이 9%, 6.5% 성장했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절반을 경기도가 만들어냈다. 어떤 마음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하다. 지금 5%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국가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있다면 7%는 가능하다고 본다.”


-경기도지사 시절 전국에서 가장 앞선 노인복지정책을 펼친 것으로 안다.

“노인복지기금 500억원을 당시 3년이나 앞당겨 조성했었다. 또 노인복지 5개년계획을 수립하고 모범적으로 실천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계속 화두다.

“노인복지정책은 저출산 문제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최하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 50세만 넘어도 일자리가 없어 놀게 한다. 이것은 국가성장 동력을 쇠퇴 시키는 큰 잘못이다.”


-사회의 주도세력이 너무 젊어지는 것 같다.

“옳은 지적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주도세력이 특정한 젊은 세대에 집중되는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은 원로들 얘기를 경청하는 문화가 있다. 후진타오가 장쩌민 주석이 그만둔 뒤에도 의논을 하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도 원로를 찾아 의논하는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 대통령, 장관, 시장 기업체 CEO... 각 분야에서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면 보기도 좋고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들의 일자리와 외로운 노인들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경기도에는 문화유적이 많다. 노인자원봉사자들이 문화유적을 설명해주고 안내해줄 수 있게 했더니 은퇴한 공직자, 선생님 등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참여했다. 보람이 있는 일자리, 소득이 높은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또 앞으로 경로당을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기는 곳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노인복지와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노인들을 사회 부양 대상자로만 인식하지 말고 경제사회 발전에 적극 참여하면서 생산적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박병로 기자 roparkk@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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