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주 무안군수 “해풍과 일조량 많은 무안에서 공해에 찌든 폐를 청소하세요”
김철주 무안군수 “해풍과 일조량 많은 무안에서 공해에 찌든 폐를 청소하세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1.06 13:30
  • 호수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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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약국 운영… 못 살겠다는 주민 하소연 듣고 정치인으로 변신
‘행복택시’ ‘건강100세 버스’ ‘노인종합복지센터’ 등 노인복지에 최선

전남 무안군은 노인복지의 롤 모델이자 노인들의 파라다이스다. 과장이 아니다. 무안군은 ‘행복택시’와 ‘건강100세 버스’를 달리게 하고 404개 경로당을 ‘노인종합복지센터’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 300만원 상당의 안마의자를 전 경로당에 보급한 것도 경로당을 어르신들의 여가‧운동‧교육 등을 책임지는 종합복지센터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일환이다. 3월 21일, 무주에서 개원하는 노인교육원 교육비도 일찌감치 마련해놓았다. 이쯤 되면 노인이 행복한 군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말, 김철주(59) 무안군수를 만나 노인복지와 군정에 대한 철학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정양수 대한노인회 무안군지회장, 배희철 사무국장, 박남영 전남노인지도자대학장 등이 배석했다.

-안마의자는 고가인데.
“415개의 자연부락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무얼 해드리면 좋을까 여쭈었더니 다들 ‘허리가 아프다’, ‘방바닥에 앉기가 힘들다’고들 하세요.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시는 어르신들도 많아 안마의자를 전 경로당에 넣어드렸어요.”
-고장 나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래서 저희는 렌탈을 했어요. 업체가 경로당마다 찾아다니며 수리를 해주고 39개월 후 경로당에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경로당을 노인종합복지센터로 만든다는 말은 무언가.
“마을을 다니면서 또 하나 느낀 사실은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분들끼리 경로당에서 함께 숙식이 가능하게 시설을 바꾸려고 합니다. 여분의 방이나 2층을 리모델링해서요.”
-다른 지역에선 그걸 ‘그룹 홈’이라고 하고 시행 중이기도 하다.
“비어 있을 때는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도 있고요. 한꺼번에 하기는 어렵고 수요가 있는 마을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행복택시’도 다닌다고.
“농촌 어르신들이 교통수단이 없어요. 길이 좁거나 이용객이 적어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동네가 스무 곳 정도 됩니다. 그런 곳에 사는 분들이 이용하는 택시를 말해요. 한 번 이용에 1,300원인데 4명이 탈 경우 한 사람이 300원만 냅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가.
“65세 이상, 자가용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개인용 쿠폰이 제공되며 몇 가지 제한이 있어요. 여기에 3억 5000~4억원의 군 예산이 들어갑니다.”
-버스 이용보다도 저렴하다.
“버스가 들어가는 이웃마을에서 버스비 7000~8000원을 내야 하니 못 살겠다는 불만이 나와요. 그래서 35개 마을로 확대했고, 하루 4회 시간 맞춰서 다니고 불러도 갑니다. 또, 매주 2회 의료취약 지역의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를 비롯해 건강관리, 이‧미용, 빨래 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100세 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노인복지에 남다른 철학을 가진 듯하다.
“무안은 높은 산이 없고 농경지 면적이 넓어요. 어르신들이 죽기 살기로 일만 한 덕에 우리가 지금 잘 삽니다. 무안에서 태어나 살아온 것에 자랑스러운 긍지를 갖도록 하고 노후를 즐겁고 편안하게 해드리는 게 저희들이 할 일입니다.”

▲ 정양수 전남 무안군지회장(왼쪽)이 군수실을 방문, 김철주 무안군수와 환담을 나누었다.

정양수 무안군지회장이 옆에서 “우리 군수님은 정말 노인들에게 잘 해준다”며 군수님의 노인 사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무안군 전체 인구는 8만2000여명, 65세 노인은 1만6200여명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한다. 군의 평균연령은 41.6세이며 남악의 인구유입으로 매년 평균연령은 젊어지는 추세이다. 95세 이상 장수 노인이 111명, 100세 이상이 20명에 이른다. 무안군의 재정규모는 4000억원대, 재정자립도는 전남 지자체 중 8위이다. 지방채도 모두 상환해 지방재정운영종합평가에서 최우수 군으로 선정된 바가 있다.
김철주 군수는 무안 출신으로 조선대 약학과를 나와 무안군에서 30여년 약국을 경영했다. 부인도 약사이다. 김 군수는 전남도의회 의원(2004 ~2010), 도 교육청 비서실 실장을 거쳐 2012년 보궐선거에 당선돼 제45대 무안군수가 됐다. 46대 연임이다.

-약사 경력이 흥미롭다.
“지금도 아내가 약국을 계속하고 있어요.”
-약을 공짜로 주는 등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그런 경우도 물론 있었지요. 지금도 저를 약사로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자기 몸이 아파서, 또는 몸이 아픈 식구를 위해 약국을 찾아오신 어르신들이 제가 조제한 약을 받아들고 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는 순간 행복감을 느낍니다. 건강을 회복한 후 고맙다는 인사 말씀을 들을 때 보람도 느끼고요.”

정양수 무안군지회장은 “무안 주민치고 김 군수가 조제한 약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기가 막히게 약이 잘 들어 문 닫고 이사 가는 약국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약국에 오시는 분들마다 ‘못 살겠다’, ‘힘들다’고들 하세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정치를 하는 게 제일 빠르겠구나 생각하게 된 겁니다.”
-역점을 둔 사업은.
“2015년 말 착공된 ‘노을이 아름다운 길’(10km)을 포함해 해안관광일주도로를 개발하고 있어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KTX 무안공항 경유, 무안시 승격 등도 군민들과 지혜를 모아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무안 낙지’가 유명한 이유는.
“무안의 231km 해안선엔 녹조가 생기지 않아요. 황토갯벌이라 비가 오면 황토가 씻겨 내려가 자연정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갯벌이 찰져요. 그 속에서 낙지가 살아남으려고 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다리가 가늘고 길어졌어요. 위생적으로 깨끗하고 영양도 좋고 맛도 좋아요.”
-고령화 사회에 노인의 역할이라면.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이 필요합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어르신들이 가르쳐주고 젊은 세대는 그걸 소중히 받아들이는 사회가 돼야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좌우명을 소개해 달라.
“선공후사(先公後私). 개인의 욕심을 앞세우면 뭐든 틀어집니다. 공적인 일이 앞서면 자연히 개인적인 일도 따라서 좋아져요. 자기 몫을 챙기면 조직을 이끌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꿈은.
“땀 흘려 일한만큼 소득으로 보장받는 무안, 교육환경을 개선해 젊은 사람들이 교육문제로 떠나지 않는 무안을 만들려고 해요.”
김철주 군수는 인터뷰 끄트머리에 “전국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무안에 오셔서 해풍과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 도시에서 찌든 폐를 청소하시라”며 무안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강조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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