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작업노트’에 기록된 아이디어 구현한다면…
다빈치 ‘작업노트’에 기록된 아이디어 구현한다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1.13 14:05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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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다빈치 코덱스’ 전
▲ 장성 작가의 ‘모비_웨일’

다빈치에게 얻은 영감 작품으로 재해석… 김상배 MIT 교수 등 참여
과학과 예술의 만남… ‘기계 잠자리’ ‘치타로봇’ 등 설치작품 인상적

▲ 이번 전시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1만5000여장에 달하는 방대한 '작업노트'에 담긴 아이디어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진은 전병삼 작가의 ‘얇은 모나리자’

지난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이자 세계적인 대부호 빌 게이츠는 한 권의 책을 구입한다. 3080만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들여 그가 구입한 책은 ‘모나리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작업노트’(코덱스 레스터, Codex Leicester)였다. 다빈치는 평소 회화뿐만 아니라 건축·철학·물리학·수학·해부학에 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 노트에 기록했다. 그의 이 노트는 현재까지도 미술과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다빈치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현대적 시선에서 재해석하며 예술과 과학을 통합한 이색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16일까지 서울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진행되는 ‘다빈치 코덱스’ 전에서는 국내외 7명의 작가가 다빈치의 작업노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이한 작품을 선보인다.
20년 동안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해 온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이탈리아 연구팀인 ‘엘뜨레’, 자연을 바탕으로 고차원 기술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튜디오 드리프트(Studio Drift), 다빈치에게 영감을 받은 로봇공학자 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자동차 디자이너 정연우, 미디어 아티스트 한호 등이 참여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엘뜨레의 작품들이다. 엘뜨레는 1998년 연구소를 설립해 전 세계에 흩어져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노트 1만5000여 장의 사본을 수집해 연구해 왔다. 코덱스에 적힌 다빈치의 생각과 스케치를 연구하고 재해석한 것을 현대 기술과 접목해 실물로 구현했다.
이중 이번 전시에 공개한 ‘기계 잠자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 기계를 연구할 때 자연을 모티프로 삼았던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계 잠자리는 두 쌍의 날개가 중심축을 회전하면서 움직인다. 날개에 두 쌍의 모터를 장착한 후 기어로 만든 기계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축과 연결막대로 이어진 날개가 서로 엇갈려 움직이는 원리다. 비상(飛上)을 꿈꿨던 다빈치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엘뜨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발명품과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 지식을 그림으로 정리한 ‘코덱스 아틀란티쿠스’도 선보였다. 총 1750쪽으로 구성된 코덱스 아틀란티쿠스는 매 쪽마다 역학·공학·건축·기하학·천문학·해부학을 비롯해 밀라노 도시 재정비를 위한 연구부터 피렌체 메디치가의 재건축 기획, 예술작품을 위한 스케치, 교각 설계, 전쟁장비 등 다양한 그림이 수록돼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 정연우는 600년 전 다빈치가 만든 자동차 오토모바일에서 영감을 얻은 ‘오토너머스 모바일’을 내걸었다. 자동차 모형을 분해해 공중에 던져 놓은 모빌로 표현한 이 작품은 다빈치가 그랬듯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현대미술가 장성은 다빈치가 남긴 교회 건축물 스케치에서 영감을 얻은 ‘모비_키에사’를 선보인다. ‘모비’라는 모듈을 이용해 건축 구조물을 제작한 작품으로 손바닥 크기의 모비를 사용해 다빈치가 설계한 건축의 치밀함과 구조적 완벽성을 표현했다.
다빈치의 정신을 계승한 작가들의 독특한 회화작품도 볼 만하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변형해 수만 개씩 반복해 쌓아 올리는 기법으로 유명한 전병삼 작가는 ‘얇은 모나리자’를 선보였다. 종이를 활용해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를 재해석했다. 초고해상도로 출력한 모나리자 원작 인쇄본 3000장을 0.25mm 간격으로 조금씩 빗겨 접은 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얇은 모나리자’를 완성했다.
한호 작가는 ‘영원한 빛’을 주제로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 한반도의 상황을 대입한 ‘21세기 최후의 만찬’을 선보인다. 원작과 비슷한 구도로 13명을 배치한 가운데 식탁 위에는 빵과 포도주 대신 잔혹함을 상징하는 탱크와 생명력의 상징인 화초를 놓아 전쟁의 상처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 김상배 MIT 교수의 ‘치타 로봇’

김상배 미 MIT 교수의 ‘치타 로봇’도 인상적이다. 전기모터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동물 치타의 역동적 움직임을 구현한 이 로봇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빈치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또 전시에서는 다빈치의 작업노트를 최신 IT기술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인터랙티브아트로 해석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다빈치의 작업노트를 프로젝션 영상으로 풀어낸 ‘다빈치 인사이트’는 삼면이 둘러싸인 스크린에 화려한 영상이 쏟아지면서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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