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2.17 13:56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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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밤새 돋아난 뿔다구니,
한 마디 말에 풀어지고 있다

하연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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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한 이불 아래 자고 나면, 쓰윽 아내의 손을 잡고 ‘내가 다 잘못했다’ 그 한마디로 등 토닥여주면, 독을 품고 쏘아대던 아내의 말도 그만 후두둑 눈물로 변하고 만다. 먼저 울어버리면 그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다. 아무리 시퍼런 칼로 물을 베어본들 물은 상처 하나 남기지 않고 유유히 제 갈 길을 가버리지 않는가. 부부란 그런 관계다. 아내들이여, 전장의 무사들처럼 피터지게 싸워도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항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촌철살인이라는 걸 잊지 마라. 알면서도 은근슬쩍 넘어가 주는 건 아내의 바다 같이 넓은 사랑이라는 것을 남편들이여 명심하라.
문밖에서 동장군과 밤새 싸우느라 뿔이 많이 난 물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어떤 한마디 말로 풀어주었을까. 곰곰 생각해 보는 입춘 지나 열엿샛날 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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