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내 편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려도
항상 제자리에 그대로, 붙잡아 주는
굵고 억센 너의 손
류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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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느 바닷가에서 저 굵은 밧줄을 발견한다. 배를 묶은 밧줄인지, 쓰레기나 기름띠가 더 이상 쓸려들지 말라고 쳐놓은 금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은 밧줄도 금도 아닌 내 편을 떠올린다. 내가 이리 저리 흔들릴 때마다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나를 꽉 붙들어주는 내 편의 굵고 억센 손.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편 한 사람만 있다면 그까짓 것 아무 것도 아니다. ‘오늘, 힘들었지’ 그렇게 토닥이며 내 손을 잡아주는 내 편의 굵고 억센 손과 한 마디 말고 이 세상 그 어떤 값진 보석이 힘이 나게 할 것이며, 더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봄바람이 꽃망울을 스치며 하나 둘씩 꽃봉오리는 여는 이른 봄날, 나도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의 안부를 묻는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요? 이리 와요’ 언제나 내 편의 손은 따뜻하고 든든하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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