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못하면 배우가 아니다
연기 못하면 배우가 아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3.03 12:44
  • 호수 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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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한국시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백인잔치’라는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키듯 남녀조연상을 각각 흑인과 무슬림 배우가 차지했다. ‘작품상’ 수상작이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터지는 등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29)이었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는 젊은 배우에게 상을 주지 않았는데 그 관행을 깨고 메릴 스트립(68)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상을 차지한 것이다.
2005년 TV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 생활을 시작한 엠마 스톤은 하우스 버니(2008), 좀비랜드(2009)를 통해 경력을 쌓으며 성장했고 배우 인생 12년 만에 영광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엠마 스톤의 수상을 지켜보면서 한 국내 여배우가 떠올랐다. 최근 종영한 KBS ‘화랑’의 주인공을 맡았던 고아라(27)다. 엠마 스톤보다 나이는 두 살 어리지만 13세부터 연기를 시작해 경력은 2년 많다. 엠마 스톤과 달리 고아라는 14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발성도 안 되고 기본적인 표정 연기도 서투르다. 데뷔작인 KBS ‘반올림’의 성공 후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다 tvN ‘응답하라 1997’이 흥행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할리우드에서도 연기력 논란은 있었다. 다만 국내에서의 논란과 차이는 있다. 기본기는 탄탄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대중의 기대에 못미쳐 연기력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애초에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는 아무리 빼어난 외모를 갖췄더라도 할리우드에선 살아남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한 작품만 성공해도 대부분 오디션 없이 다음 작품을 선택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할리우드에서는 원로가 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오디션을 본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다니엘 헤니(38)도 최근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끊임없이 오디션을 보고 있음을 고백한 바 있다.
고아라는 최근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연기수업을 받고 있다고 당당히 밝힌 바 있다. 도대체 14년차 배우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의아스러웠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아니고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는 말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마치 14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직원이 “아직 일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 느낌이었다.
이는 곧 준비도 안 된 배우를 방송가에서 얼굴만 보고 데려다 쓴다는 말이다. 아카데미가 ‘백인잔치’라는 비난을 받아도 실력 없는 영화인에게 상을 주지는 않았다.
물론 예쁘고 잘생겨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건 ‘기본’이다. 기본도 안 되는 배우를 계속해서 기용하는 건 납득이 안 된다. 아무리 ‘비상식의 시대’라지만 시청자에게 재미를 줘야할 방송마저도 그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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