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별꽃
몸에 담긴 촉수를 더듬으며
뜨거운 맨발로 젓는 군무
오아시스에 피어나는 별꽃들
백순금(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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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인지 백조인지 알 순 없지만 일제히 피어난 별꽃처럼 순백의 군무가 펼쳐지고 있다. 그 어떤 안무가의 솜씨로 이런 장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몸속 수만 개의 촉수를 열어 방향을 잡고 날아온 저 뜨거운 몸짓들은, 지상에 막 발을 내린 눈부신 별들. 사막을 건너 붉은 태양이 지고 있는 자신들만의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새로운 둥지를 틀고 다시 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로 알려져 있는 인도 기러기는 겨울 서식지를 찾아 히말라야 고봉준령을 넘어간다. 낙오되는 새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함께 그 높은 산을 넘는다. 우리는 가끔 힘든 일에 부딪힐 때 혼자라고 느끼며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말없이 기다려주는 사람은 어떻게든 늘 옆에 있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친구든, 손을 내밀면 잡아줄 누군가가 분명 곁에 있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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