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영화가 딴따라?
[문화살롱]영화가 딴따라?
  • 이미정
  • 승인 2007.08.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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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영화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개그맨 심형래의 영화 ‘디워’가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사 측은 벌써 1000만 관객 돌파일을 맞추는 행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2000여개 극장을 상영관으로 확보한다는 소식도 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심형래 이야기로 초를 잡은 이유는 한가지다.


어르신들에게 어려운 얘기가 될 것 같아서다. 웬만큼 영화를 안다는 사람도 잉마르 베리만 영화를 보고 재미있거나 좋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드물다. 옛날 영화인이고, 난해하다면 난해한 예술영화를 만든 감독이 잉마르 베리만이다.


예술 영화의 달인이라 할 잉마르 베리만 정도의 기준으로 본다면 심형래의 영화 ‘디워’를 혹평할 만하다. 모르긴 해도 ‘디워’를 혹평한 사람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잉마르 베리만을 사사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기에 그런가?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그와 같은 일군의 영화인들 덕분에 영화가 이른바 ‘딴따라’의 범주에서 예술의 반열에 올라섰다고도 한다.


올 6월 30일 타계한 잉마르 베리만을 뒤늦게 생각해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잉마르 베리만은 흔히 실존주의 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된다. 1950년대의 예술과 철학적 조류가 실존주의였는데 그는 그 철학적 사조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영화에서 삶과 죽음, 신의 존재 여부와 영혼 구원 같은 형이상학적 테마를 천착했다. 로맨스와 사랑타령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몹쓸 딴따라 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평론가 옥선희씨는 “소설이나 시에 비해 열등한 대접을 받았던 영화의 위상을 높인 현대영화의 거장”이라고 했다.


그의 영화 ‘산딸기’는 영화사에 플래시백 기법(과거를 회상하는 방법)을 처음 시도한 영화로 남아 있다. 또 ‘제7의 봉인’은 죽음의 사자와 체스를 하는 장면이 압권인 작품이다.


여기서 삶의 의미, 신의 존재와 구원, 죽음을 묻는 등 현대인들도 무게감을 느낄만한 주제의식을 보여주었다. 또 신의 배반과 침묵에 대해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제목 면에서 인상적인 것은 ‘늑대의 시간’(The Hour of the Wolf)이다. MBC의 수목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 그것이다. 누가 봐도 제목을 페러디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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