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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큰아들의 세간살이를 내다판 까닭은?
연극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566호] 2017년 04월 21일 (금)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 작품은 큰아들의 세간살이를 내다파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 중년, 노년이 겪고 있는 현실 문제를 코믹하게 비판한다.

재산 물려준 노인이 홀대받다가 자식에게 복수하는 과정 그려
청년‧중년‧노년 세대가 겪는 문제 코믹하게 다루며 현실 비판

2009년 발간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생일에 요양원을 탈출한 100세 노인 ‘알란’이 갱단의 돈을 훔쳐 벌이는 일탈은 웃음과 함께 큰 감동을 줬다. 지난 4월 7일 서울 국립극단 무대에도 물건을 훔치는 한 노인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알란보다는 서른 살이나 어리고 역기를 들어 올릴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는 할머니의 활약은 유쾌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박장대소 하면서도 씁쓸함을 느꼈다. 그가 훔친 물건은 다름 아닌 큰아들의 세간살이였던 것. 왜 할머니는 자식의 물건을 훔쳤을까.
청년, 중년, 노년세대의 문제를 한 할머니의 일탈로 코믹하게 그려낸 연극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가 4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평생 광주리에 온갖 물건을 담아 팔았던 ‘광주리 할머니’가 다시 광주리를 꺼내들고 집에 있는 온갖 식료품을 빼돌려 몰래 팔고 다니는 이유를 추적한다.
작품은 광주리를 인 할머니가 무대 위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젊어서부터 온갖 물건들을 팔아 자식을 키워낸 할머니는 멸시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버티며 번듯한 집도 장만했다. 이렇게 번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만, 정작 그의 생일 잔칫날 큰아들 부부를 비롯한 자식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너도나도 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면서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아들, 며느리에게 받은 설움에 대해 복수도 할겸 앞으로 살 길을 스스로 개척해겠다고 결심한 할머니는 집안의 식용유, 쌀 등을 조금씩 덜어서 내다 팔기 시작한다.
50대 큰아들도 할머니를 돌볼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아파트는 딸 미미의 대학원 교육비를 대느라 대출을 받아 ‘깡통’이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50대 나이에 사실상 회사에서 잘려 더는 일할 곳이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 전 직장동료를 찾아 방문판매를 시도했지만 자존심에 상처만 입었다. 이로 인해 패배주의에 빠진 아들은 자신의 삶이 막장이라 여기며 막장드라마에 빠져 세상과 등을 진다.
며느리 역시 아들만큼 무력하긴 마찬가지. 백수 남편과 딸을 대신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값싼 식료품이 나올 때마다 노후 대비용으로 사재기를 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마땅한 직업이 없어 가계의 큰 도움을 주진 못했다.
손녀 미미의 삶은 가장 처절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어렵게 간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그러나 갑의 위치에선 학교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뻔뻔하게 말하며 오히려 미미를 내쫓는다.
뜻대로 취업도 되지 않은 미미는 결국 이불 속으로 자기 자신을 숨겨 버렸고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면 10년이나 취업이 되지 않을 리가 없어”라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으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급기야 노인 분장을 하고 긴 줄을 기다려 교회에서 나눠주는 동전을 받기까지 이른다. 500원을 쥐고서 “10년 만에 처음 번 돈”이라며 말하는 미미의 말은 현재 청년들이 처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품 속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희망적인 인물이 바로 할머니다. 100세시대를 위해 집안의 물건을 팔아 돈을 모으는 할머니의 모습은 지나칠 만큼 현실적이다. 몰래 빼내온 살림살이를 광주리에 싣고 역시나 어려운 동네 홀몸노인들에게 판매한다. 쓰다 남은 치약이건 조미료건 상관이 없이 돈 되는 건 닥치는 대로 내다 팔았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소외된 이들에게 물건을 건네며 안부를 묻고 새로운 희망을 속삭인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굶는 연습을 하는 미미의 등을 밀어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서게도 한다. 즉, 할머니의 광주리는 고된 삶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고자 하는 몸부림인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였다.
또한 작품은 무기력하고 약한 인물들을 향해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소심하던 적극적이든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이들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무엇보다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젊은 극작가들이 ‘작가의 방’이라는 공동집필 공간을 마련해 반 년간 머리를 맞대고 격론을 벌인 끝에 탄생한 탄탄한 극본과 이를 잘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광주리 할머니 역을 맡은 홍윤희는 디테일한 분장과 연기로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미미 역을 맡은 이지혜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어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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