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4]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4]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 손성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17.04.28 13:21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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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弘益人間(홍익인간)

삼위태백에 내려가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라

下至三危太白 (하지삼위태백)
弘益人間歟 (홍익인간여)

이승휴(李承休, 1224~1300), 『제왕운기(帝王韻紀)』 권하(卷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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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대한민국 사람 치고 이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명구 중의 명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말은『제왕운기』와『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온다. 다만『제왕운기』에 비해『삼국유사』의 편찬 시기가 앞서고 내용도 조금 더 자세하다.
홍익인간은 고조선의 건국 이념이자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으로 해석되어 왔다. 크게, 널리, 두루두루 등의 뜻을 지닌 ‘홍(弘)’의 번역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공익(公益)의 추구’가 그 이념이라고 해석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공익의 추구가 고대 국가의 건국 이념이자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이라니, 퍽 훌륭하다. 게다가 하느님께서 계시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고래로 공(公, public)은 정치의 지향으로 표방되어 왔다. 특히 동아시아의 유교, 불교 문화권에서는 그렇다. 얼마나 사익(私益)의 추구를 제어하고 공공(公共)의 정치를 실현하느냐가 문제였다. 어제도, 오늘도 그게 어렵다.
한편 고전은 재해석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과거에도 정치의 이상은 공익이었다. 하지만 정치의 주체가 달라졌다. 오늘날 하느님의 후손에게 정치를 맡길 수는 없다. 백성이 주인이다.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우리의 대리인을 우리 사이에서 선출해야 한다. 각자가 공공 정치의 주체, 곧 환웅, 단군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민주공화국의 주체로 존중받고 교육받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 조율해 주지 않고, 우리 스스로 조율해야 한다. 존중과 대화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利害)를 조정하고 합의해 가야 한다. 민주적 방법을 통한 공익의 추구를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한다.
홍익인간이라는 고전 명구의 의미를 살피다 보니, 뜻밖에 우리 시대의 공익, 민주, 공교육 등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출처: 한국고전번역원(http://www.itk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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