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아궁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다
붉은 번뇌를 태웠고
마침내
너를 위해 따스한 사랑을 주었네
이창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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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노여야 나를 저토록 무섭게 타오르게 할 것인가. 모든 분노, 번뇌마저 다 태워버리고 나면 불순물 하나 남겨지지 않을 저런 잉걸불 같은 마음이 내게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내게 그 무엇인가가 남아있었으므로, 깊었으므로, 분노도 그만큼 컸을 것이고 번뇌 또한 저리 뜨거웠을 것이다.
죽어있는 세포 속에서는 아무것도 발현되지 않는다. 정신이든 그 무엇이든 뜨겁게 살아있어야, 분노할 줄 알아야 사랑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알게 된다. 모든 것을 다 태워 재가 되기 전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건네주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따뜻하고 순정한 마음의 진짜가 아니겠는가. 모든 불순물 다 걸러지고 온전히 재가 되어 사라지는 그 순간을 잊지 말자. 세상 그 무엇이 저런 뜨거움 뒤에 오는 줄을 알겠는가. 내가 건네는 따뜻한 온기를 네가 사랑이라 알아주기만 한다면….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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