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효과’ 30대 그룹 접대비 30% 줄어… 자영업자‧농수축산업계는 시름
‘김영란법 효과’ 30대 그룹 접대비 30% 줄어… 자영업자‧농수축산업계는 시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5.08 09:31
  • 호수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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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말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 30대 그룹의 접대비가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5월 4일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접대비 내역을 공시한 111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4분기 접대비를 조사한 결과, 212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1%(83억3900만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 48%나 급증했지만 접대비 지출은 대폭 감소한 것이다.
그룹별로 보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그룹과 접대비 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KT&G·대우건설 그룹을 제외한 26개 그룹 중 24개 그룹(92.3%) 모두가 접대비를 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5.4% (2억1400만원)를 줄여 감소폭이 가장 컸고, 롯데(-59.9%, 10억300만원)와 GS(-55.0%, 5억7300만원), 미래에셋(-50.3%, 9억800만원) 그룹 등도 절반 이상씩 줄였다.
이외에도 삼성(-49.8%, 7억8700만원), OCI(-49.8%, 3억2400만원), 대우건설(-46.3%, 6억2500만원), 포스코(-45.0%, 2억5600만원), 영풍(-41.8%, 2억9700만원) 그룹이 감소폭 상위에 속했다. 반면, 같은 기간 KT(5.3%, 1400만원)와 현대차(2.1%, 5100만원)는 접대비가 늘어나 이들 기업과 대조를 이뤘다.
그룹별 접대비 총액에 따르면, SK그룹이 29억92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24억9800만원), 현대중공업(19억9900만원), 한화(17억600만원), 하림(14억3500만원), 현대백화점(11억4400만원) 그룹 등이 10억 원을 넘겼다.
대기업의 접대비가 예상보다 적은 것은 기업들이 실제 지출하는 접대비 중에서 일부만 회계 상 접대비로 올리고, 나머지는 광고홍보비 등 다른 계정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과도한 접대비 지출을 막기 위해 비용처리를 인정하는 접대비 한도를 법인 매출액의 크기에 연동해 0.2~0.03%로 제한하고 있다.
CEO스코어는 “대기업이 실제 지출하는 접대비는 공시된 액수보다 훨씬 클 것이지만, 법에서 손비처리를 인정해주는 접대비가 크게 줄어든 것을 고려할 때 전체 접대비 지출도 많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김영란법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한마디로 부정청탁이 줄어들고 회식이 줄면서 가족과의 시간이 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 청탁인들과의 만남을 꺼리면서 공직분위기가 한층 맑아졌다는 게 찬성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사업자들도 공직자들에게 관례처럼 해오던 접대 등을 하지 않아 좋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외식업계를 포함한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이후 사회전반에서 회식이 줄면서 음식점과 술집 등이 큰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404개의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73.8%에 해당하는 음식점 298곳이 매출감소를 보였다고 답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인력을 감축했다고 답한 곳도 36%(107개)에 달했다.
농수축산업계의 타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선물을 할 경우 물품에 대해 선물가액 범위 내에서만 허용돼 수요 위축으로 인한 농수축산물뿐만 아니라 화훼 등을 생산하거나 가공하고 유통하는 영세자영업자들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생계유지에 지장을 받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경기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한 때 식사 접대나 선물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김영란법에서 농수축산물과 전통주를 제외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장미대선 분위기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와 같이 김영란법 적용으로 향응성 접대가 판을 치고 고가의 선물이 오갔던 부정부패 사회가 주춤해진 것은 환영받을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해도 경기회복이 절실한 시기에 되레 경기를 퇴보시키고,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면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는 법 시행 이후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더욱 면밀히 조사해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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