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재’들의 좌충우돌 마약 소탕기
부산 ‘아재’들의 좌충우돌 마약 소탕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5.08 10:59
  • 호수 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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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안관’

전직 형사가 마을의 평화 지키는 과정 코믹하게 그려

기사도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스스로 기사라고 착각하는 한 신사의 이야기를 그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발간된 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다. 돈키호테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돌격하는 용맹스러움 만큼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돈키호테를 꼭 닮은 인물이 최근 국내 극장가에 나타났다. 스스로 마을 보안관을 자처하는 전직형사를 다룬 영화 ‘보안관’ 이야기다
5월 3일 개봉한 ‘보안관’은 순박한 중년 남성들의 영웅 심리를 유쾌하게 그려낸 코믹 수사극이다. 마약사범을 쫓다 과잉수사 논란이 일자 형사직을 내던진 ‘대호’(이성민 분)를 중심으로 마을의 평화를 지키려는 동네 ‘아재’들의 활약을 유쾌하게 다룬다.
대호는 부산으로 낙향한 후 ‘보안관’을 자처하며 마을 사람들의 어려운 일을 해결해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그를 찾을 만큼 마을의 대들보가 된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 분)이 재개발 사업차 대호가 사는 동네로 내려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세련된 매너와 겸손한 태도를 갖춘 종진은 대호를 알뜰히 챙기는가 하면 마을 주민들의 신뢰도 얻고 대호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같은 시기 마을에 신종 마약이 돌게 되고 대호는 예리한 형사의 감으로 종진을 의심하게 된다.생업을 내던지고 증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계속 말썽을 일으키면서 대호는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그를 지지하던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종진에게 돌아서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지만 대호는 굴하지 않고 처남 덕만(김성균 분)과 함께 수사를 이어나간다.
작품은 코믹 수사극을 표방하는 만큼 곳곳에 웃음요소가 넘쳐난다. 대호와 덕만이 청국장을 실은 트럭에 잠입했다가 진한 냄새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장면부터 과학수사를 빙자해 밀가루를 프라이팬에 가열하다 불을 내는 대목까지 쉴 새 없이 관객들을 웃긴다.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건 부산의 자연 풍경과 인간미 넘치는 아재들의 활약이다. 부산 전역에서만 촬영해 완성된 영화는 아름다운 바다 풍광과 정겨운 어촌 마을의 분위기를 잘 담았다. 여기에 사투리, 야구 등으로 표현된 부산 특유의 색도 맛깔나게 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입체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더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화려한 액션 없이도 표정 하나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아재들의 존재감이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또 대호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도 주목해야 한다. 보통의 극은 공권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악에 맞서 수사를 펼친다. 이와 달리 대호는 마약사범을 쫓기엔 다소 무력한 소시민이다. 그런 인물과 부산이란 배경이 가지는 정겨움이 더해져 따뜻하고 유쾌한 극을 완성한다. 대호 역의 이성민은 전작에서 보여준 진중한 이미지를 깨고 구리빛 피부와 탄탄한 몸매, 수상 스포츠까지 접수하며 아재의 매력을 뽐냈다.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는 사실적인 연기도 일품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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