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기, 감염질환을 예방한다
손 씻기, 감염질환을 예방한다
  • 최준용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 승인 2017.05.12 13:14
  • 호수 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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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12>

수트가 잘 어울리는 도시남자 박청결 대리. 긴 회의를 마치고 화장실을 찾았다. 볼일을 보고 나오며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며칠 밤 회의 준비를 하느라 잠을 못 자서인지 얼굴이 수척하다. 머리를 한 번 빗어 넘기고 이내 화장실 문을 나선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빵을 나눠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며 오늘 일을 마무리했다.
이 평범한 상황들 속에는 엄청난 NG가 숨어 있다. 털어도 먼지 하나 날 것 같지 않던 박 대리는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손을 씻지 않았다. 결국 그의 손에 있던 세균은 빵과 함께 입으로, 그의 책상과 컴퓨터 자판 위에, 또 주위 사람들에게로 널리 전파됐을 것이다.
손은 사람의 신체 가운데 유해세균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로 한 손에만 무려 6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밥을 먹고 옷을 입을 때에도, 사람을 만나 악수를 하거나 일을 하는 순간에도 우리 손에는 수만 마리의 세균이 존재하며, 세균은 끊임없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
몇 해 전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당시, 보건당국에서는 신종플루 대국민 행동요령을 발표했다. 보건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효율적인 예방법은 다름 아닌 손 씻기였다. 손만 잘 씻어도 7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홍보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꼼꼼하게 손을 씻기 시작했고 손 살균제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물론 손만 깨끗이 씻는다고 모든 감염질환으로부터 100%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균이 감염되는 경로는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등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로 전파되기도 하고, 신체접촉이나 성접촉, 식품, 혈액, 생물 매개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세균 감염의 통로를 모두 차단할 수는 없지만 신체접촉이나 비말 전파로 인한 감염병은 손 씻기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손 씻기의 긍정적인 효과는 의학적으로 권위 있는 잡지 ‘Lancet’(란셋)에 보고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한 병원에서 3년에 걸쳐 손 씻기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결과, 병원 내 감염률이 16.9%에서 9.9%로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다제내성균의 한 가지인 ‘MRSA’의 전파 정도가 감소했다는 사실도 발표됐다.
파키스탄에서도 어린이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비누를 지급하고 손 씻기를 강조한 결과, 5세 미만의 어린이에서는 폐렴 발생이 50%나 줄었으며, 15세 미만의 어린이에서는 감염성 설사가 5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씻기에 의한 감염 예방 효과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실하게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 위생에 대한 인식이 적으며, 손 씻기로 감염이 예방된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고작 25%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사됐다.
그래서일까.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하루 8회 손을 씻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2009년 조사된 결과(8.5회)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성별로는 여성이 하루 9.1회, 남성은 6.8회 손을 씻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장실을 다녀온 후 정작 비누로 손을 씻는 사람은 10명 중 3명뿐이라고 조사됐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2시간 정도 생존하지만 사람의 손에서는 70시간이나 생존한다. 주부들의 손에는 평균 6600마리의 포도상구균이 존재하는데, 포도상구균은 온도 등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다량 증식되며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의 시작은 손 씻기이다.
일상생활에서 유난히 깔끔 떠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청결한 사람은 손을 자주 씻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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