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진상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진상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5.12 13:34
  • 호수 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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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물

1940년대 경성의 한 석조저택에서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지만 현장에 남은 건 사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잘려나간 손가락뿐이다. 수사가 시작되고 저택의 주인인 ‘남도진’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피해자로 추정되는 남도진의 운전수 ‘최승만’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긴 마찬가지. 두 사람의 얽힌 과거와 치열한 법정공방이 계속되면서 서서히 진상이 드러나고 관객들의 혼란스러움도 커져간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광복 후 동서양이 혼재된 이국적 풍경의 경성을 무대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5월 9일 개봉했다.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서스펜스 소설로 꼽히는 빌 S. 밸린저의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다. 시대와 배경은 바뀌었지만 원작이 가진 기묘한 색채는 고스란히 재현했다.
작품은 남도진의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와 변호사의 법정공방 그리고 살해당한 최승만의 과거 이야기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도진과 최승만을 둘러싼 악연과 일촉즉발의 사건들, 왜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 법정과 사건 현장을 오가며 쉴 새 없이 오가는 이야기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스릴러답게 크고 작은 반전이 등장한다. 하나의 사건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사건들은 퍼즐 조각처럼 나뉘어져 있기에 영화를 끝까지 지켜봐야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다. 최승만과 남도진의 과거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이들의 악연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시작되는 끊임없는 의심과 추리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변호사 윤영환(문성근 분)과 검사 송태석(박성웅 분)이 법정에서 펼치는 치열한 공방전은 극의 또 다른 볼거리다.
작품은 화려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갖춘 1940년대를 충실히 재현했다. 화사한 붉은 조명의 클럽과 대조되는 잿빛의 석조저택, 인물을 비추는 다양한 조명들은 저마다 색다른 분위기로 영화의 미스터리함을 극대화시킨다.
배우들의 열연도 더해졌다. 최승만 역의 고수는 극 초반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가난한 마술사부터 택시기사로 신분을 위장한 후반부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극 후반 광기와 분노로 물든 연기는 거의 다른 사람이라 봐도 좋을 정도로 객석을 압도한다.
김주혁 역시 남도진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단순히 야망에 찌든 것이 아닌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남자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표현해낸다.
장르 특유의 긴장감 또한 작품의 최대 경쟁력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끝까지 모든 것을 의심하도록 만들어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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