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 노인의 성(性)
■ 긴급진단 - 노인의 성(性)
  • 이미정
  • 승인 2007.08.3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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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것 아닌 행복의 지름길”

지난 2002년 노인들의 사랑과 성생활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가 개봉돼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지금껏 금기시됐던 노인의 성을 적나라하게 해부, 성을 통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노년기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도 노인의 성은 당당하게 거론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에 감추어져 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노인의 성에 대해 짚어본다.

◇80~90세에도 성적욕구 왕성


최근 미국 한 대학의 연구결과, 노인들도 성생활에 대한 욕구가 왕성하며 많은 노인들이 80, 90대에도 성을 중요시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00명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최소 한번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는 항목에 대해 57~64세의 73%, 65~74세는 53%, 75~85세의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65~85세 노인 10명중 8명이 강한 성적욕구가 갖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연구를 주관한 린도 교수는 “성 파트너의 유무에 관계없이 노년층 남성의 절반 이상과 여성 10명중 3명이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적극적으로 성생활을 즐기는 75~85세 사이 연령대에서도 파트너와 매달 2~3회 성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들도 80세 이상까지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재단 사랑의전화 사회조사연구소가 지난 2005년 60세 이상 노인 25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 여부를 물은 결과 월 평균 2회가 36%, 1회가 32%, 3회가 12%, 4회가 11%로 나타났으며 5회 이상의 경우도 8%나 됐다.


또 10명 중 4명은 성적욕구가 있을 때 ‘참는다’고 답했지만, 30%는 ‘성관계를 한다’고 응답했고, 10%는 비디오를 보거나 자위행위를 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노인들이 이성교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상당수의 노인들이 성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재혼·이성교제 행복의 ‘윤활유’


배우자가 있는 경우 성적욕구 해소가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독신노인의 성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황혼재혼’과 이성교제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변화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혼재혼의 경우 정상적인 성생활 보장은 물론, 사회적 소외감과 고독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힌다.


실제 한 결혼상담소의 60세 이상 황혼재혼 건수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1992년 1438건에서 2001년 2343건으로 급증했고, 여성의 재혼건수도 643건이나 됐다. 또 재혼을 원하는 노인들의 상담건수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 노인의 전화’에 따르면 어르신들의 성상담 건수도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으며 연평균 상담건수 3000여건 가운데 10% 이상이 이성교제나 성에 대한 상담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일부 어르신들의 경우 복지관 등에서 이성을 만나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요즘 어르신들은 성을 감추기보다 젊은이 못지않게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의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우선 어르신 스스로 성적자아 상실감을 떨쳐버려야 하고, 사회가 노인의 성생활을 주책 또는 망측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부정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부모의 재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가족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의 이성교제나 재혼은 당사자들의 제2의 삶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건강한 노인의 성문화 정착을 위해 어르신들 스스로 이성간 경제적 형편과 가족사항 등을 고려해 재혼과 이성교제를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인의 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노인 성교육과 함께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 욕구 자체가 건강하다는 증거


전문가들은 노인들도 규칙적으로 성생활을 즐길 경우 건강에 좋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인의 성생활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의 경우 나이에 따른 음경의 퇴화를 막아 발기부전을 예방하고, 고령화에 따라 줄어드는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적 노화를 예방한다. 둘째, 고환과 음경의 위축과 퇴화를 방지하며, 전립선 질환을 예방한다. 셋째 뇌에서 엔돌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며 뇌를 자극해 치매를 예방하는 동시에 면역력도 강화시킨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김광일 교수는 “노인들의 성욕 자체는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재수 기자 jjs@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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