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인의 꿈
어떤 노인의 꿈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7.06.02 13:44
  • 호수 5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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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수 중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남성듀엣이 있다. 1988년에 자신들의 이름과 같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앨범을 낸 이래 지금까지 음악활동을 해오며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유명한 곡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 ‘어떤 이의 꿈’이란 곡이 있다. 가사는 대략 이렇다.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거나 나눠 주고 살고 어떤 사람은 꿈을 이루려고 살고, 또 잊은 채로 살기도 하고 꿈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이런 많은 사람들이 꿈이 있는데, 나는 꿈이 없으니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용이다. 꿈을 가진 사람들 혹은 꿈을 운운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아무 꿈도 없는 자신을 향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인류 중에 가장 꿈이 없는 사람들은 노인들일 것이다. 이제 선거에서도 유권자의 4분의 1이 노인인 노인세상이 왔다는 걸 확인했으니, 꿈이 없는 국민이 그만큼 많아진 셈이다. 물론 새로운 꿈을 꾸는 분들도 계시겠으나, 어제는 오늘 같고 오늘은 다시 내일 같다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꿈이 없는 이가 분명하고, 놀랍게도 상당수의 노인들은 같은 고백을 한다.
천지가 노인인 세상이다. 하지만 인류는 늘 그래왔다. 노인을 지혜로 구분하던 시대에는 40대에도 노인소리를 들었고, 노인을 연령과 행정으로 구분하는 시대에는 65세부터 그 시작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늘 노인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리고 과거나 지금이나 노인들의 삶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에서는 은퇴를 하고 지혜와 경험을 나누면서 젊은 세대들의 존경과 돌봄을 받으며 남은 생애를 살게 되니 노년기 남은 역사는 다들 비슷하게 써가게 된다.
노인은 여전히 많고 노년기의 삶도 비슷하지만, 노년기에는 서로 다른 고백을 한다. 어떤 이는 ‘내 삶은 좋았노라’ 고백하고, 다른 이는 ‘내 삶은 힘겹고 어려웠노라’ 말한다. 이런 과거 진술의 방향을 바꿔 미래, 꿈의 이야기로 가보자. 그리고 앞서 언급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어떤 이의 꿈’에 넣어 ‘어떤 노인의 꿈’에 넣어보면 이렇게 된다. 어떤 노인은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노인은 꿈을 나눠 주고 살며/ 다른 노인은 꿈을 이루려고 사네/ 어떤 노인은 꿈을 잊은 채로 살고/ 어떤 노인은 남의 꿈을 뺏고 살며/ 다른 노인은 꿈은 없는 거라 하네/ 세상에 이처럼 많은 노인들과/ 세상에 이처럼 많은 개성들/ 저마다 자기가 옳다 말을 하고/ 꿈이란 이런 거라 말하지만/ 나는 어떤 노인인가 내일을 꿈꾸는가/ 나는 어떤 노인인가 아무 꿈 없질 않나/ 나는 어떤 노인인가 내일을 꿈꾸는가/ 나는 어떤 노인인가 혹 아무 꿈.
필자는 매일 노인을 만나고 함께 삶의 고민을 나누고 이들과 새로운 꿈을 꾼다. 상담을 하며 매번 발견하는 것은 ‘노인 집단’은 꿈이 없어 보이나, ‘노인 개인’은 꿈이 있었다. 다만 좌절되거나 노인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꿈이었기에 늙기도 전에 지는 청춘의 기억과 함께 묻어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노인 여러분, 이제 묻어둔 꿈을 좀 꺼내야겠습니다.” 마치 타임캡슐에 넣어둔 과거의 흔적 같은 꿈이 아니라 아직도 펄떡이며 뛰고 있는 심장의 기억창고에 들어있는 생태 같은 꿈을 꺼내시길 호소한다.
살아본 노인들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는가?
어차피 우리는 길게 살아야 하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던 그 이상으로 오래 살게 될 것이다. 그러니 꿈을 꾸고 실현할 시간이 많다. 젊어서야 바쁘고 먹고 사느라, 자식들 살리느라 뒷켠으로 밀어냈던 그 꿈. 이제는 시간도 많고, 자식도 다 컸고, 먹고사는 거야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터이니, 이제 제대로 꿈을 꺼내어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는 아직도 중년의 심장 그 꿈이 뛰고 있는 노년에 한 번 불러보자. 그 존재론적 노래를, 그 꿈의 노래를 불러보자. 꿈을 못 이루면 어쩌냐고? 아니면 말고 아닌가? 실패와 좌절엔 이미 인이 박힌 몸. 한번 해보자. 안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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