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중심
숲의 뼈들이 힘차고 꿋꿋하다
저, 대쪽 같은 성정도
참새 한 마리 앉을 때는
가장 부드럽게 휘어지나니
세상의 중심도 그러하리니
강옥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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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직 하나의 자존심으로 올곧게 서 있는 저 대나무의 위용!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도 저러했을까. 그 어떤 압제에도 굴하지 않고 사시사철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저 곧은 성정을 우리는 대쪽 같다고 말한다. 쪼개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으리라는 질긴 저항 정신, 바람이 불어와 온 숲을 흔들어도 늘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견뎌내는 꼿꼿한 기상. 하지만 참새 한 마리 내려앉을 때는 세상 어떤 가녀린 가지보다 더 부드럽게 휘어지는 것은 약한 생명을 향한 무한한 보살핌이 아닌가.
세상의 중심도 저렇게 올곧게 제 자리를 지켜준다면, 저렇게 늘 한결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야 우리는 안심하고 제 본분에 충실할 것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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