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킨텍스 대표 “국무회의에 노인을 대변하는 장관이 참석해야 해요”
임창열 킨텍스 대표 “국무회의에 노인을 대변하는 장관이 참석해야 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6.16 11:00
  • 호수 5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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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 IMF 외환위기 때 부총리로 나라 구하는 구원투수로 나서
킨텍스 2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서… “직원들 사상 처음 보너스 받았다”

“700만 노인을 대변하는 장관이 없다.”
임창열(73) 킨텍스 대표는 이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여성과 청소년, 다문화가족을 대표하는 여성가족부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노인을 다루는 부처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노인 정책을 논하는 국무회의에 노인을 대변하는 장관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7~98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으로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조기 수습에 큰 기여를 한 임 대표는 경기도지사를 거쳐 2014년부터 킨텍스 대표를 맡아오고 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에서 임 대표를 만나 노인복지청 문제와 경로당 회원 가입 배경 등을 물었다.

-장관 후보자들 청문회를 보면 어떤가.
“청문회가 정책 검증보다는 사람 흠집 내는데 더 주력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아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잖아요. 한평생 살면서 부족한 것도 있습니다. 사람 망신 주는 청문회는 안됩니다. 후보자가 정말 장관직을 잘 하겠는가, 봉사할 사람인가를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새 경제팀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를 어떻게 보는가.
“인품이 출중하고 능력도 뛰어난 분입니다. 본인 자신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면도 있고요. 좋은 분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킨텍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국제적 수준의 종합전시공간인 킨텍스는 2005년 창립 당시 1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다. 임 대표가 경영을 맡은 지 2년여 만에 이룬 쾌거이다.
-흑자 경영을 축하드린다.
“킨텍스를 경기도에 유치했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대형 전시회를 비롯해 신규 전시회를 많이 유치했고, 부대사업도 직영으로 바꾸고 용역을 주던 사업도 우리가 직접 직원을 채용하여 경비절감하고, 임대료도 원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전 직원이 열정적으로 일을 한 결과입니다.”
-직원들 보너스도 주었는지.
“킨텍스 대주주로서 킨텍스 경영평가 기관인 고양시로부터 최우수 기관이란 평가를 받아 사상 처음으로 보너스를 주었어요. 킨텍스는 정부와 경기도, 고양시가 출자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수익의 극대화보다 공익을 중요시 합니다. 중소‧중견기업에 수출할 기회를 주고, 그들이 마케팅도 잘 해서 상품이 잘 팔리게 하고, 국민들에게 좋은 상품도 소개하고, 나라의 위상을 올리는 국제회의도 개최합니다.”
임창열 대표는 대한노인회 고문이자 경로당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대한노인회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송영길 민주당 선대위원장에게 노인복지청 신설을 강한 목소리로 요구해 주목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질책하듯 복지청 신설 약속을 받아내려던 모습이 뚜렷하다.
“그동안 홍문표‧양승조 의원 등 많은 의원들이 노인복지청 신설 법안을 제출했지만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고령 사회가 눈앞인데 이 상태로 느슨하게 노인문제에 대응하면 안됩니다. 제 얘기는 현재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걸 하나로 통합하자는 말입니다. 노인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중심조직이 있어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가 있는 겁니다. 없는 걸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하는 것도 아닙니다. 큰 정부가 되는 것도 아니에요.”

임 대표는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임 대표는 “독일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로 돼 있고 호주는 보건노인부로 돼 있다”며 “여성과 청소년, 다문화가정의 정책을 다루는 여성가족부를 재편해 ‘여성노인가족부’로 만드는 것도 함께 연구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 보다는 ‘부’로 하자는 말인가.
“노인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보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기능적인 부처에요. 특정취약계층의 정책입안을 주도하는 곳이 아닙니다. ‘청’보다는 1년 내내 여성, 청소년, 노인 문제를 고민하는 부(장관)가 있어야 합니다. 노인정책을 논하는 국무회의에 노인을 대변하는 장관이 들어가야 합니다.”

임창열 대표는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 재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IMF이사, 세계은행이사, 제15대 조달청장, 제13대 과학기술처 차관, 제1대 해양수산부 차관, 제3대 통상산업부 장관을 지냈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에 이어 경기도지사(1998~2002년)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쳤다.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언론사 경영 경력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나라가 부도나고 파산 지경에 이르렀을 때, IMF 협상을 성공시키고 경제 구조 조정하고 한국경제의 도산위기를 극복하여 다시 한국이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그 기간에 부총리를 맡은 일을 잊지 못합니다.”
-IMF 외환위기는 왜 일어났는가.
“국제금융위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또한 부채를 끌어다 수익성 없는 대형 사업을 과다하게 일으켜 외형만 키운 대기업들 문제도 심각했지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대한민국의 30대 재벌 중 절반이 쓰러졌습니다. 단기외채 무서운 줄 모르고 마구 끌어다 쓰고 외환 보유고는 다 탕진됐고 환율은 고평가됐어요. 수출하면 손해보고 수입하면 돈 벌고… 국제수지가 무너졌던 겁니다.”
-생각 외로 외환위기 수습이 빨랐다.
“당시 김대중 당선자가 캉디쉬 IMF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IMF의 지원에 성실히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DJ와 YS(김영삼‧외환위기 당시 대통령)가 청와대에서 만나 둘이 힘을 합쳐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자며 ‘12인 비상경제대책공동위원회’를 공동으로 조직하는 등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로당에 가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킨텍스 지역의 경로당(일산 서구 장성1단지 경로당)에 가입하고 어버이날 어르신들께 식사대접도 하고 그랬어요.”
-유명 인사들이 좀 더 많이 경로당에 가입하면 경로당이 변할 텐데.
“각자 판단할 문제지만 사회지도층이 동참하면 훨씬 좋겠지요. 지역의 어르신들이 킨텍스를 자주 찾도록 기회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올 추석에 킨텍스에서 어르신들을 비롯해 실향민, 다문화 가족 등을 초청해 크게 잔치한마당을 펼칠 계획입니다.”
-요즘 자식들은 부모를 모시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의 노인 세대는 ‘낀’ 세대에요. 자기 부모에 대한 효심은 지극하지만 이들의 자식들은 부모를 모시려고 하지 않아요. 노인문제 해결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나이든 부모가 사회에서 버림받고 소외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하는 효도법이나 노인정책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어요. 싱가포르는 8000만원만 있으면 나라에서 주택 문제를 해결해주고 중국은 ‘효자 100만명 만들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합니다.”

임창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노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을 부탁하자 “백 마디 말보다 좋은 시가 있다”며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소개했다. 임 대표는 “청춘이라는 시 가운데 ‘이십 세 청년보다 칠십 세 노인이 더 청춘일 수가 있다. 사람은 세월만으로는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늙게 하지 못한다’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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