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학물 등 ‘장르 드라마’ 안방극장 접수하다
형사·의학물 등 ‘장르 드라마’ 안방극장 접수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16 13:20
  • 호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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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패륜 등 막장 드라마 밀어내고 대세 장악
▲ 최근 형사, 검사, 의사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르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를 밀어내고 안방극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장르물 열풍을 일으킨 tvN ‘시그널’(왼쪽),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SBS ‘피고인’, 최근 방영을 시작한 OCN ‘듀얼’의 이미지.

tvN ‘시그널’ 성공 이후 잇달아 편성… 멜로 빼고 이야기에 중점 두며 호평
공감능력 뛰어난 캐릭터 내세워 인기… 복제인간‧외계인 등 소재도 다양해져

주변의 흔한 물건과 온갖 과학지식으로 위기를 탈출했던 맥가이버, 영구를 연상시키는 순박한 외모를 가졌지만 상반되는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범인을 검거했던 형사 콜롬보, 미지의 외계인을 쫓던 FBI 요원 멀더와 스컬리. 1980~1990년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외국드라마 속 주인공들이다. 얼굴, 성격, 활약하던 시대와 장소도 달랐던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있다. 당시 국내에선 생소했던 ‘장르 드라마’의 주인공이란 점이다. 이제는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국내 안방극장에서도 장르 드라마를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초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그널’이 촉발한 장르 드라마의 물결이 지상파에도 흘러들면서 장르물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상파에서 연달아 장르 드라마를 편성해 흥행에 성공하는가 하면 케이블에서도 장르물이 넘쳐 나고 있다.
형식, 소재, 이야기 구조 등이 비슷한 작품들을 한데 묶은 분류 기준을 장르라고 하는데 장르 드라마란 특정 장르적 속성이 두드러져 핵심 이야기가 그 속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드라마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의사의 활약을 그린 의학물, 범인을 쫓는 형사와 탐정을 내세운 추리수사물, 검사‧변호사를 주인공을 하는 법정물이 이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특정 직업군의 상세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을 장르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다.
초창기 국내 장르 드라마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로맨스만 앞세워 의사가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검사와 변호사가 법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그널 이후 멜로 라인은 양념처럼 곁들이는 수준이거나 아예 없앤 장르 드라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재도 시간여행, 복제인간, 외계인 등으로 확장됐다. 이를 통해 불륜‧패륜 드라마 일색이던 국내 방송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지상파 중 가장 활발히 장르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은 SBS이다. 월화드라마를 두 편 연속 장르 드라마로 편성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종영한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가 잃어버린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드라마다. 배우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 대결로 화제를 모으며 최고 시청률 28.3%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 방영된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법조인들의 비리를 밝히는 과정을 그렸다. 두 주인공 사이에 멜로 요소가 존재했지만 법조 비리를 묵직하게 다루며 시청률 20.3%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종영했다.
케이블 채널 OCN은 ‘신의 퀴즈’, ‘나쁜 녀석들’, ‘38사 기동대’, ‘보이스’ 등 우수한 장르물 작품을 꾸준히 편성하며 장르 드라마의 명가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종영한 ‘터널’로 OCN 창사 이래 최고 시청률(6.49%)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터널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1980년대 사건의 범인을 찾던 형사가 2016년으로 타임 슬립(시간을 넘나드는 전개방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큰 호평을 받았다.
국내 장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외국 작품과 달리 남다른 공감능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감성적인 주인공들이 흘리는 눈물에 시청자가 몰입하면서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절박함에 눈물을 흘리고 거대 권력 앞에서 분노하는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 누명을 쓰고 동료 검사들과 매수된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며 좌절하고, 공권력이 지키지 못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피고인’의 박정우 검사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다. 눈물과 사랑, 분노와 좌절 등 감성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또 시청자는 권력 아래 짓밟히고 돈이 없어 죄인이 되는 이야기를 보며 주인공이 비리로 얼룩진 사회를 정의롭게 바로잡아주길 바란다. 주인공이 악인을 물리치는 결말에서는 드라마를 넘어 현실에서도 정의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된다.
이런 장르 드라마의 활약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터널’에 이어 편성한 ‘듀얼’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 6월 3일 첫 방송된 ‘듀얼’은 추격 스릴러 장르물로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배우 정재영, 김정은 등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워 살인범의 누명을 쓴 복제인간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외계인을 다룬 색다른 시도의 장르물도 등장했다. tvN 월화 드라마 ‘써클:이어진 두 세계’는 2017년과 2037년 두 시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외계인의 실체를 쫓는 SF추적극을 표방하고 있다. 6월 10일 방영을 시작한 하반기 최고 기대작 tvN ‘비밀의 숲’은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내부 비밀을 파헤친다. 배우 조승우와 월드스타로 성장한 배두나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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