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파 대표주자 블라맹크가 왔다
야수파 대표주자 블라맹크가 왔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23 14:19
  • 호수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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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풍경화 등 원화 80여점 선봬

▲ 1935년 작 ‘양귀비 꽃’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던 6월 16일, 서울 서초구 한가람미술관엔 때 아닌 눈보라가 몰아쳤다. 전시장 곳곳에 거친 질감으로 표현된 눈 덮인 이국의 풍경이 펼쳐졌다. 에어컨 바람도 한몫 했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마티스(1869~1954)와 함께 프랑스 ‘야수파’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모리스 드 블라맹크(1876~1958)의 작품들은 찌는 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함을 제공했다.
프랑스 야수파의 거장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걸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8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블라맹크가 야수파로 활동하던 1910~1958년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한 시기 작품을 선보인다. 폭풍이 몰려오는 바다와 한적한 농촌 마을 등을 소재로 강렬한 색채와 거친 필치로 그린 풍경화 등 원화 80여 점이 걸렸다.
블라맹크는 젊은 시절 카바레 바이올린 연주자, 피아노 선생님, 기계공, 사이클 선수, 프로레슬러로 전전하며 독학으로 미술을 배웠다. 1901년 베른하임 갤러리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의 전시회에서 큰 감명을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05년 전위적인 작가들의 집단 전시회 ‘앙데팡당’ 전에 참가한 그는 마티스, 앙드레 드랭 등과 교류하며 야수파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1920년대에 이르러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야수파적 화풍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블라맹크가 프랑스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가던 중요한 시기의 대표작들은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1930년대 제작한 ‘눈 덮인 마을’은 프랑스 파리 근교 풍경을 사실적으로 잡아내 유화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캔버스 위에 하얀 물감과 빨간 물감을 짜서 칠해 두툼한 질감을 살려냈다. 마치 거리에 유화물감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듯 표현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서민들의 치열한 삶에 주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1947년작 ‘브르타뉴 어선의 귀환’은 어두운 색감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어선의 고투를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거침없는 붓질이 특징인 그의 대표작들도 볼 만하다. ‘양귀비 꽃’(1935)은 그가 젊은 시절 흠모한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작품으로 붉은 색채의 양귀비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왕국’처럼 생생하게 물들였다.
목가적이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고달픈 삶에 찌든 사람들의 고독한 삶도 엿볼 수 있다. ‘겨울 마을의 거리’(1928~1930), ‘눈길’(1931) 등은 유화의 질감을 통해 농촌의 거친 삶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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