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아이에게
아이야, 누군가 끌어주는 수레에서
그만 내려와 누군가를 끌어야 하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단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되는 거란다
이기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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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온 가족의 한가로운 오후, 아이는 아무 걱정이 없다. 아빠가 있으니까, 아빠의 등 뒤에만 있으면 안전할 수 있다는 걸 아이는 본능적으로 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편이고 아군이 아닌가. 아이는 자라 어느 순간 아빠의 등 뒤에서 아빠의 옆으로 나란히 걸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어느 사이 어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 자신의 등 뒤에 가족을 두고 세상의 모든 풍파를 온 몸으로 막아서야 할 것이다.
아버지에게 가족이라는 이름만큼 무거운 사랑도 가벼운 등짐도 없을 것 같다. 죽을 만큼 힘들어 벗어버리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한 몸이 되어 함께 가는 존재.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만 서면 강철보다 강해지는 게 아버지라는 이름의 힘이다.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지켜내는 마지막 울타리를 우리는 아버지라 부른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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