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호르몬 치료, 득과 실이 있다?
폐경 후 호르몬 치료, 득과 실이 있다?
  • 최희정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 승인 2017.07.14 11:39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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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21>

올해 50세가 된 홍미녀(가명) 씨는 얼마 전부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에 열이 나는 증상을 느꼈다. 그녀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이 이미 폐경과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아온 터라 그녀 역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폐경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친구들이 받고 있다는 호르몬 치료를 자신도 받아야 하는지 선뜻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고,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몸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고민에 빠졌다.
여성의 몸은 참으로 신비하다. 어린아이로 자라다가 초경이 시작되면 매달 생리를 하고, 그것을 계기로 비로소 여성의 길로 접어든다. 이후 임신으로 열 달간 생명을 품고 있다 출산을 하고, 서서히 나이가 들면서 몸에 변화를 느끼다 결국 폐경을 맞게 된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인생을 통틀어 철저하게 계산된 하나의 계획표와도 같다.
그 계획들 속에서 폐경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의 하나다. 폐경은 생리주기가 영구적으로 끝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마지막 생리 후 12개월간 생리가 없으면 비로소 폐경으로 간주하게 된다. 생리주기는 폐경 전부터 불규칙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부터 마지막 생리가 있은 후 12개월까지의 기간을 폐경주변기라 한다.
이 시기에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와 함께 땀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낮에는 화장을 하거나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밤에는 잠을 자다가 깰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 그 밖에도 두근거림, 수면장애 등의 증상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질 건조나 요실금, 성기능 저하, 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 우울증, 기억력이나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폐경 후 5~10년이 경과하면 뼈 소실로 인한 골다공증도 발생한다.
폐경 후 이뤄지는 호르몬 치료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폐경과 관련된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폐경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진행되는 혈관의 변화나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다.
자궁근종이나 자궁경부암 등의 질환으로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여성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 한 가지만 사용해 호르몬 치료가 이뤄지며,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을 함께 사용해 자궁을 보호해주면서 호르몬 치료가 이뤄진다.
두 가지 호르몬을 사용하는 방법은 다시 폐경 전과 마찬가지고 정기적으로 생리를 하면서 하는 주기요법과 생리를 하지 않으면서 하는 지속요법으로 나뉜다. 폐경 후 1~2년 이내의 여성에게는 주기요법이, 폐경 후 2년 이상 경과한 여성에게는 지속요법이 적합하며 지속요법으로 하는 경우는 호르몬 투여용량을 더 낮춘 저용량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폐경이 됐다고 모든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중증도 이상의 안면홍조나 질 건조가 있는 여성이 호르몬 치료의 우선 대상이 된다. 반면, 증상이 참을 만하거나 없는 여성은 굳이 호르몬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호르몬 치료나 삶의 질에 대한 자신의 생각, 건강상태, 동반질환 등에 대해 의사와 환자가 함께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걱정이 되는 문제도 있다. 호르몬 치료를 한 여성이 치료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골절과 대장암, 당뇨병 발생위험이 낮은 반면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정맥혈전색전증의 발생위험이 증가하고 유방암도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경 후 호르몬 치료는 분명한 득과 실이 있다.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나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면밀히 검토한 후 치료를 결정하도록 하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최희정 /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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