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이상한 행동 왜 그럴까?
노인들의 이상한 행동 왜 그럴까?
  • 이미정
  • 승인 2007.09.0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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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노력하면 수긍이 가요”

구로구 궁동에 사는 주부 함모(43)씨는 대구에서 살고 있는 시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면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 어른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시어머니의 성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늘도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아범이 이번 주말 출장을 가는데 그 근처래요. 늦더라도 들를 거라네요” 소식을 전하자, “그래, 알았다”하더니 ‘딸깍’ 전화기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함씨는 시어머니에게 필요한 게 없는지 몇 마디 더 물으려 했지만, 이미 전화는 끊겨 있었다.

 

시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면 대개 이런 식이다. 이것저것 세세하게 묻고 챙기고 싶어도 이런 식이니 그녀로서는 시어머니와의 통화가 썩 내키지를 않는다.


종로구 부암동에 사는 김모(37)씨는 하루의 시작을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게 영 불만이다. 예순 다섯의 어머니는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한다. “일찍 들어와라”, “술 마시지 마라”, “친척 00가 딸을 여윈다는데 연락해 봤니?” 나이어린 아들 돌보듯 일일이 잔소리를 하니, 아내 보기에도 면이 서지를 않는다.


용인시 상현동에 사는 주부 최모씨(41)는 시아버지 때문에 여간 속을 끓이는 게 아니다. 3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시아버지를 모셔 왔는데 “홀시아버지 모시기가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푸념이다.


가장 힘든 것은 식사. 음식투정이 어찌나 심한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같다. 금방 “백숙이 먹고 싶다”고 했다가, 백숙을 상에 올리면 “다음엔 이 음식 올리지 마라” 한다.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식의 투정을 하면 마치 자신이 남편이 회사 가 있는 낮 시간에 시아버지를 구박하는 것 같아,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자신은 한다고 하는데 시아버지는 엇나가니 ‘대체 노인들은 왜 그러는지…?’ 머리를 갸웃거린다.


미국의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는 청소년들의 통과의례인 사춘기처럼 노년기도 비슷하게 이해되어야 한다고 한다. 사춘기와 노년기의 심리는 일면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 사춘기가 유년기를 잃는 것이라면, 노년기는 성인의 지위와 능력을 잃는 것이라고.

 

 이 두 단계는 중요한 육체적·사회적 붕괴와 심리적 스트레스, 자아분리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노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 다음은 메리 파이퍼가 조언하는 노인에 관해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의 정리이다.


1. 노인들은 장거리 전화비에 신경을 쓰곤 한다. 50년 전만 해도 장거리 전화비는 무척 비쌌다. 오늘날에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할머니는 전화로 겨우 몇 분만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빨리 전화를 끊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일종의 세대 간의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반응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며느리나 손자들은 불쑥 전화를 끊는 할머니에게 섭섭함을 느낄 수 있다.


2. 노인이 있는 가족이라면 어떤 경우에든 감정적인 문제에 부딪칠 때, 개인적인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문제는 세대가 살고 있는 시간대의 문제일수 있고 상처를 겪은 후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들일 수도 있다.


3. 노인들은 잔소리를 되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약속 장소에 일찍 가고, 다른 사람이 제시간에 오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두 번씩 체크하고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는 경향은 육체나 정신적으로 허약하기 때문에 과잉보상하려는 심정에서 나온 결과. 노인들은 자신을 약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도 약할까봐 걱정을 하는 것이다.


4. 때로 노인을 느긋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치매 증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왕고모에게 화를 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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