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성공한 노인이 청년들에게 전하는 위로
악착같이 성공한 노인이 청년들에게 전하는 위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14 13:29
  • 호수 5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 영화는 광고회사 대표로 성공했지만 까탈스런 성격 탓에 외톨이로 지낸 노인이 자신의 완벽한 사망기사 작성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세대 통합과 도전에 주저하는 청년들을 다독여준다.

성공한 CEO가 완벽한 ‘사망기사’ 작성 위한 고군분투 그려
아카데미‧베니스 등서 주연상 받은 셜리 맥클래인 연기 압권

스크린에 ‘해리엇 롤러’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객석에선 탄식이 나왔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까탈스러운 행동, 안하무인격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앞으로 이야기가 순탄치 않을 것을 보여줬다. 그의 대해 주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악담을 쏟아냈다. 하지만 극장 밖을 나설 때는 달랐다. 해리엇이 악착같이 살아온 인생을 통해 전달한 진정성은 관람객들을 뭉클하게 했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바짝 달궈진 여름에 내린 소나기 같은 감동을 선사했다.
7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은퇴한 완벽주의자 광고회사 대표 해리엇 롤러(셜리 맥클레인 분)가 인생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사망기사 전문기자 앤(아만다 사이프르드 분)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흑인소녀 브렌다까지 합류해 세대를 초월해 화합하는 과정을 담았다.
해리엇은 잔디를 깎고, 야채를 써는 사소한 일까지 자기 방식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깐깐한 노인이다. 이런 성격 탓에 화려한 경력으로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를 잃고 외로운 말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유명인이 죽을 경우 미리 써놓은 사망기사를 발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리엇은 자신이 죽고 나면 완벽한 부고 기사를 독자들이 읽기를 원하게 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그는 최대 광고주였던 지역 신문사를 찾아가 사망기사 전문기자 앤을 고용한다.
앤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리엇의 지인들을 찾아가지만 매번 악담만 듣고 돌아온다. 이 와중에 해리엇은 완벽한 사망기사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친구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한다’, ‘아주 우연히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나만의 와일드카드를 가져야 한다’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춘 걸 알게 된다. 그는 앤과 손잡고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고아 소녀 브렌다까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탄력을 받는다.
작품은 겉으로 보면 한 노인의 개과천선 프로젝트를 다룬 듯하다. ‘웰다잉’을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듯 독선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인물이 참회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해리엇은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 자신의 신념과 능력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조금이라도 부족함을 보이면 몰락할 수 있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완벽주의자가 됐고 당당해지기 위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무장하게 됐다. 이로 인해 사람들과 갈등을 빚어 까칠한 마녀로 내몰리게 됐지만 성공을 쟁취하게 된 것이다.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초반에 거슬렸던 해리엇의 막말은 용기를 북돋아주는 조언으로 바뀌어 간다. 참회록으로 시작된 사망기사가 도전을 주저하고 쉽게 좌절하는 젊은 세대들을 향한 위로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리엇, 앤, 그리고 브렌다가 쌓아가는 색다른 우정도 인상적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노인, 청년, 아이로 구성된 세 여성이 여정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며 연대를 쌓고 결점을 보완하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1984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애정의 조건’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베니스·베를린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등 내로라하는 영화제를 휩쓴 명배우 셜리 맥클레인은 까칠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해리엇을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해리엇을 까탈스럽지만 밉지 않고, 예민하지만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표현해 ‘꼰대’가 아닌 진솔한 조언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과 함께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록 밴드 ‘킨크스’의 명곡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들이 극 적재적소에 배치돼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공간의 분위기에 맞는 영상과 캐릭터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의상 역시 영화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멍청한 일을 하겠니? 아니면 대단한 일을 하겠니?”, “네가 실수를 만들지 않는다. 실수가 널 만들지” 등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명대사들은 조언으로 다가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