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양어장 안동흠 회장
소양강양어장 안동흠 회장
  • 정재수
  • 승인 2007.09.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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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면 양어 창시자, 山川魚도 양식한 달인

초당 1톤 소양호물 급수 청정 양어장, 항생제 안 써
남성 정력, 여성 미용 방송 나가자 전국에 송어 바람
북한 김일성 건강식 소문 뒤 산천어 관심, 화천선 축제

 

내수면을 이용한 물고기 양식 한 분야에서 35년을 매진한 안동흠 소양강양어장 대표. 올해 86세 고령이지만 마음이 청년 같이 젊고 의지가 꼿꼿한 현역 경제인이다. 우리나라 송어양식의 선구자인 그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전국적인 송어 바람을 일으켰으며, 1990년대 중반 보호어족인 산천어(山川魚)를 양식하는 데 성공해 큰 관심을 끌었다. 근래 내수면에서의 양어장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나 안동흠 대표는 이 분야 선구자이자 원로로서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양강양어장에서 안동흠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내수면 양식 산업 발전을 위한 열정을 들어봤다.


청정지구 소양강의 물을 끌어다 쓴다고 하지만 양어장의 물빛은 댐 정상에서 본 물빛과 달랐다. 안동흠 대표는 “작년 소양강 상류의 집중호우 때 들어온 탁수가 아직도 침전이 덜 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지하수를 개발해서 탁수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어장에 탁수가 들어와 꼼짝없이 양식 물고기가 폐사해 10억여원의 손실을 봤지만, 항상 위기를 넘겼듯이 이번에도 잘 넘길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강원도와 정부에 이러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지하수 개발 등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으며, 무난하게 예방책이 갖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설이 갖춰진다면 호우로 댐의 물이 탁해질 경우 지하수를 끌어올려 양어장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평상시는 초당 1톤씩 급수되는 댐의 물을 사용하지만 탁수가 유입되는 비상한 시기에는 0.2톤 정도의 지하수를 회전시켜 양식 물고기의 폐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정양어장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웰빙 웰빙’ 하는데, 건강 생각하시는 분들께 우리 양어장에서 생산되는 산천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소양강 댐의 1급수를 이용하는 청정 양어장이라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질적으로 뛰어납니다. 특히 사시사철 물이 차가운 자연 서식환경과 비슷해서 고기의 육질이 뛰어납니다. 송어 같은 내수면 양식어종의 소비가 줄고 있지만 아시는 분들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양어장에 딸린 우리 시식장에 오시는 손님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KBS 9시 뉴스에 산천어가 북한 김일성 주석이 건강식품으로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어 크게 관심을 끈 산천어를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산천어는 청정한 환경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멸종을 막기 위해 보호어종으로 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강원도 태백산맥 동쪽에는 산천어와 열목어가 삽니다. 둘 다 찬물에서 사는 어종으로 서식 조건이 까다로워 양식하지 못했지요. 그런데 알아보니 일본에서는 산천어를 양식하고 있었어요. 일본 미식가들이 야마메(山女魚)라 해 뼈까지 먹을 수 있는 별미 어종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산천어 발안란(發眼卵) 20만립을 일본에서 들여와 어렵게 부화에 성공한 뒤 1997년 5월에는 산천어 치어 6000여마리를 강원도 인제군에 기증, 내린 천 계곡에서 방류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산천어 방류 행사가 결실을 맺어서 2006년에는 강원도 화천군에서 개최한 산천어 축제에 100만여 명이 운집하는 대 성황을 이룰 정도가 됐습니다. 양식도 성공하고 하천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해서 이제 보호어종에서 해제됐으니 산천어를 마음 놓고 맛있게 드셔도 됩니다.”


-웃으면서 회고하지만 여기까지 오시는 데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죽했으면 13전14기 송어인생이라고 했겠습니까. 소양강댐 방류로 인해 여러 번 양어장이 침수 피해를 봤습니다. 1978년 여름, 송어가 중어, 대어로 자라 시식 판매해 수입을 올리려던 차에 소양강댐 낙차시험 방류로 피해를 입고, 1981년에 홍수조절용 수문개방으로 또다시 침수 피해를 입는 등 실패와 성공을 14번이나 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소양강 상류에 내린 호우로 탁수가 양어장으로 들어와 물고기가 폐사해 10억여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피해보상은 충분히 받았습니까?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를 하기도 했지만 중간에 다 취하했습니다. 내수면 양식산업이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 하에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양어장에 날벼락이 내린 셈이었지만 그걸 견디며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때 가상하게 봐주신 분들이 많지요. 그래서 지금같이 내수면 양식 산업의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소양강 양어장 양식물고기를 시식하는 식당건물로 소양강을 내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양식기술 면에서 어려움도 많았겠습니다. 일본 언론의 주목도 받았지요?

“이곳에 양식장을 만든 것은 32년 전입니다. 송어 원산지는 미국이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100년 앞서서 양식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냉수 어종으로 비늘이 없어 디스토마 같은 기생충 염려가 없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망하게 생각됐지요. 삼척도립시험장에서 송어 치어 2만 마리를 분양받아 양식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다 그렇듯이 마땅한 사료도 없고 기술도 부족해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의 한 지인의 도움으로 시가현 송어양식장으로부터 기술 지도를 받게 됐습니다. 양식 기술과 사료제조법을 주경야독하며 터득했지요. 그런 가운데 소양강 댐 방류로 양어장이 몇 번씩 침수돼 송어를 수억원 어치씩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생 끝에 성공했고, 알다시피 지금 산천어양식까지 하지 않습니까. 산천어가 보호어종에서 해제된 것이 나 때문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닙니다. 산천어 양식 성공에 대해서는 일본의 여러 언론매체에서 취재해 대서특필되기도 했습니다.”


-전국적인 송어회 붐을 일으킨 배경이 있었습니까?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전국의 웬만한 계곡에는 송어회와 매운탕집이 있었으니까요.
“1980년대 중반, MBC 아침방송에서 우리 양어장을 취재해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송어가 남성 스테미너에 좋고 여성 미용에 좋다고…. 내가 탤런트 기질이 있습니다. 자랑을 했더니 그날 점심 무렵부터 그야말로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들이 이곳 양어장으로 몰려들었어요. 가건물을 지어 시설도 변변치 못했지만 우리가 생산한 송어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육질이 좋고 맛있었으니까요. 송어 수요가 늘자 전국에서 중간 판매상이 생이고, 지방에서 수조가 달린 화물차들이 우리 양어장에 무수히 들어왔지요. 송어 양식장도 우후죽순 같이 생겨났습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진 것도 송어양식 붐을 일으킨 배경이 될 것입니다.”


-송어양식 산업에 투신하신 배경이라면.
“젊어서 여러 가지 사업을 했습니다. 메리야스공장 사장, 정미소 사장을 하던 중에 하천부지 측량회사 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그때 화천댐을 비롯해 의암댐 춘천댐 소양강댐이 축조되는 것을 보고 장차 내수면 사업을 유망하게 보고 양식업을 구상했습니다. 그러다 일본 양식산업 시찰을 다녀오면서 생각을 굳혔지요.”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님과의 인연도 있으시다고….
“벌써 30년도 넘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당시 1군사령관님이시던 안필준 장군님이 힘써 주셔서 이 양어장 옆으로 군사작전 도로가 개설됐어요. 1987년에는 안 회장님이 청소년연맹 총재로 계셨는데, 강원도연맹총장으로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사회를 위해 봉사도 하셨지요?
“한국청소년강원도연맹총장으로 10년 동안 일해서 흔히 ‘안 총장’이라고 합니다. 또 시가현에서 양식산업 기술을 받으면서 관계를 맺은 인연으로 국제친선협회 활동도 했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나실 고령이신데도 아직 초심을 잃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아니 옛날 같지 않습니다. 양어장에서 40년 가까이 일해왔지만 아직도 숙원이 있습니다. 작년 같은 집중 호우로 소양강 댐이 탁수가 됐을 때를 대비한 시설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강원도를 거쳐 총리실까지 올라간 것으로 압니다만, 아무튼 잘 될 것입니다.”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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