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미가 네 번 이혼한 진짜 이유
김지미가 네 번 이혼한 진짜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7.21 11:36
  • 호수 5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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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김지미(77)가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상영전’(6월 29~7월 12일) 개막식에서다. 80이 가까운데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과거 김지미를 몇 차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나훈아와 이혼 직후 서울 정릉 골짜기에서 혼자 살 때 그의 집을 방문했다. 흰색의 2층 양옥집이었다. 김지미는 살림집을 영화사 사무실을 겸해 쓰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영화사 직원인 듯한 남자가 문을 열어주고 안으로 사라졌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내가 어두웠다. 웬 여자가 넓은 거실 바닥을 닦고 있었다. 눈에 띄는 가구가 별로 없었다.
파출부인가, 김지미인가 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순간 투박하고 쉰 목소리가 들렸다. 방을 치우는 중이니까 이층에 올라가서 기다려 달라는 말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김지미였다. 영화에서 듣던 성우의 목소리와 너무 다른 음성에 놀랐고 그의 차림새와 하고 있는 일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화려한 은막의 스타라면 진한 화장에 값비싼 홈드레스를 입고 소파에 앉아 담배라도 물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화장기 없는 얼굴로 그저 보통치마에 블라우스를 입고 시골할머니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아 걸레로 바닥을 훔치고 있었던 것이다.
김지미는 홍성기 감독과 첫 결혼을 한 후 영화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 그리고 심장전문의 이종구 박사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그에게 “왜 그렇게 잦았느냐”고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사람들과 결혼한 이유가 나 스스로의 결정 때문이 아니라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는 매스컴 때문이었다. 나는 먼지만큼도 나 자신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만나질 수 없는 입장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환경과 분위기가 그렇게 돼 버렸다. 무엇보다도 언론이 그런 식으로 몰고 가버린 것이다.”
뜻밖의 대답에 의아해진 기자는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 뭐라고 해야 하나. 오기가 생겼다고 할까. 반발심이 터졌다고 할까. 그래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된 것이다. 결국은 그렇게 되면 안 될 일인데…그럴 때마다 나에게 나를 자제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수 나훈아와의 깜짝 결혼 발표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자 김지미는 길게 대답했다.
“그 사람과는 그냥 어울려 다녔는데 그걸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바람에 오기가 생겼다. 아무튼 김지미가 오기를 부리면 그 누구도 못 꺾는다고들 했으니까. 그렇게 떠들어대면 정말 그렇게 한 번 해보이겠다는 오기였다. 물론 바로 그런 점들이 오늘의 김지미를 있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매스컴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면
그렇게 한 번 해보이겠다는 오기 생겨

김지미는 결혼이 파경에 이르게 된 것도 자기 탓이 아니라고 했다. 연예계를 뒤흔든 가십 가운데 하나가 영화배우 최무룡(1928~1999)과의 불륜이었다. 당시 최무룡은 강효실과 사이에 아들(최민수)을 하나 둔 유부남이었다. 최무룡과 헤어진 속사정은 무언가 물었다.
“내가 자유분방해 보이겠지만 결혼생활에서 지켜야할 처신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다. 내게 그런 점이 있어 상대에게도 그걸 강요했다. 최무룡씨 그 양반은 정말 자유분방했다. 나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 여자가 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된다. 집에서는 배우 냄새도 안 피운다. 옛날부터 우리 집에 내 스틸 사진 한 장 붙어 있지 않다. 나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괴팍스런 성격이다.”
그 말을 듣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어디에도 그의 사진이 붙어 있지 않았다. 정릉 집에서 인터뷰가 있고나서 수년이 지난 후 동부이촌동 정우맨션 그의 집으로 초대를 받아 갔다. 예전의 말이 떠올라 거실을 둘러보았으나 브로마이드 한 장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침실엔 여인의 나신 그림만 걸려 있었다. 물론 김지미는 아니었다.
나훈아는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언론을 통해 김지미에 대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준 여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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