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 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28 13:27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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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빚으려했던 작가

제1회 김세중조각상 수상… ‘관계’ ‘현전’ 시리즈 등 선봬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방송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첫 번째 촬영지는 경남 통영이었다. 다찌집(술을 시키면 안주가 딸려 나오는 통영식 술집)에서 펼쳐진 이 날의 지식수다의 중 하나는 통영이 낳은 수많은 예술인이었다. ‘몽마르뜨 언덕’을 연상케 하듯 통영은 작곡가 윤이상을 비롯해,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를 배출했다. 지난 7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통영이 낳은 또다른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1회 김세중 조각상 수상자 심문섭(74)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조각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 조각가 심문섭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9일까지 ‘자연을 조각하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시작한 ‘관계’ 시리즈를 비롯해 ‘현전’ ‘토상’ ‘메타포’ 시리즈 등 대표작 100여 점을 내보인다.
서울대 조소학과를 나온 심문섭은 국가 전람회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1969~71년의 연이은 수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71~75년에는 파리비엔날레에 3회 연속 참가했고, 197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76년 시드니 비엔날레 등에 출품하면서 세계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다. 1970 ~1990년대 일본에서만 15차례 개인전을 가진데다가 1981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통 조각의 통념을 반대하며 조각의 혁신을 꾀한 그는 제1회 김세중 조각상(1987)과 한불 문화상(2002),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슈발리에 훈장(2007)을 잇달아 받았다.
심문섭을 설명하는 단어는 ‘자연’이다. 그는 자연의 근원에 가까운, 자연이 빚은 듯한 조각 작업을 해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최소한의 손길을 가하고 소재가 가진 힘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관계’, ‘현전’, ‘토상’, ‘목신’, ‘메타포’, ‘제시’, ‘반추’ 시리즈를 통해 작품의 재료가 되는 흙, 돌, 나무, 철 등 물질에서부터 물질 간 관계 속에서 상징성을 드러내는 일에 몰두했다.

▲ 2010년 작 ‘반추’

대표적으로 ‘관계’ 시리즈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두 개의 철판을 모으고 그 한가운데에 시멘트를 산처럼 부은 후 각각의 철판을 반대쪽으로 잡아당겨 시멘트가 무너져 내린 표정을 제시하거나 전시장 벽에 커다란 종이를 붙인 다음 아랫부분을 찢어 바닥에 흘러내리게 한 후 돌멩이 몇 개로 눌러서 관계의 의미를 탐색했다.
조각 외에도 드로잉, 회화, 사진들을 함께 전시한다. 8월 30일 오후 1시부터 작가와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통해 동시대미술의 이해를 돕는 연계 프로그램 ‘전시를 말하다_MMCA 토크’가 진행된다. 이중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심문섭의 5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뿐만 아니라 작가가 직접 창작한 시를 낭독하며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도 갖는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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