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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 ‘세 칸 집’이라도 마련해주어야”
[582호] 2017년 08월 11일 (금)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다주택자들 집을 재테크로 삼지 말아야 해

기자는 살아오면서 스무 차례 이상 이사를 다녔다. 어릴 적 모친이 그릇이 가득 든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금호동 산비탈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사전문업체가 없던 시절이라 온 식구가 살림살이를 리어카에 산더미처럼 싣고 밀고 당기며 하루 종일 날랐다. 가난한 셋방살이라도 밖으로 꺼내놓고 보면 웬 짐이 그렇게 많았는지…. 힘들고 고된 사역은 새벽부터 시작해 밤늦은 시각에야 끝이 났다. 지인들이 손을 빌려주는 걸 당연히 여겼다. 일당 따위는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이삿짐을 다 나른 후 손과 얼굴을 대충 닦고 마루 한쪽에 앉아 불어터진 짜장면이나 라면 한 그릇을 배부르게 먹는 걸로 만족했다.
기자의 지긋지긋한 ‘이사행진’은 어른이 되고나서 잠실시영아파트 딱지를 100만원에 사 입주하고 나서야 멈췄다. 다시 이삿짐을 싼 것은 결혼 후이다. 자식들이 많아지자 13평 아파트는 비좁았다. 강남 개포동의 한 아파트로 옮겼지만 몇 년 못 살고 바로 강북으로 옮겼다. 당시 직장이 광화문에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이 벌어지는 한강다리를 건너기가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강북에서도 서너 차례 전전하다 현재 거주하는 빌라에 정착한지가 17년째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가 1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한강다리 건너는 고통 쯤 참고 견딜 걸’ 하는 후회도 든다.
기자는 그동안 집으로 한몫 챙길 기회가 많았다. 1980년대 후반, 강남구 일원동에 기자아파트를 지었다. 동료들이 너도나도 조합에 들었다. 기자도 권유를 받았지만 젊은 시절 집에 대한 소유개념이 없었다. 대신 집을 장기 임대하는 선진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기자아파트는 이후 수억원대로 뛰었다. 한번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동료들은 ‘아파트=횡재’라는 공식에 공감하고 단체행동을 했다. 분당이란 신도시가 생기자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분당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도 억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건 말할 나위가 없다.
기자는 이 같이 ‘아파트 뻥튀기’ 대열에서 홀로 벗어나 있었다. 그렇지만 기회는 다시 왔다. IMF 때였다. 외환위기로 아파트가격이 폭락했다. 분당의 30평대 아파트가 1억원대로 떨어졌다. 공교롭게 목돈도 생겼다. 집사람은 “분당에 전세 끼고 집을 사두자”고 했다. 기자는 “사는 집 하나로 족하다”는 말 한마디로 거절했다.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귀에 쏙 들어오는 말 한마디가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라고 한 말이다. 이처럼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1980~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이 200만호 집을 짓겠다고 공언한 이후로도 아파트는 쉴 새 없이 짓고 있다. 그런데도 살집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왜 이런 어깃장이 생겨나는가. 원인이야 많겠지만 다주택자들 때문이다.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어 집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부족한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이들을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할 일이고 국가의 존재이유이다.
집은 더위와 추위를 막아내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며 가족의 정을 나누는 공간이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집에서 살 인간적인 권리가 있다. 평생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죽도록 고생한다면 그게 어디 사람이 할 노릇인가. 그런 나라가 어디 나라인가.
특히 노인의 절반 이상이 자기 집을 갖고 있지 않다. 국가가 나서서 노인들에게 쉴 거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노인들에겐 큰 집도 필요 없다. 집다운 집이면 된다. 과거 선비들의 집은 ‘삼간지제(三間之制)’라고 해서 ‘세 칸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평생 얻은 것을 정리하고 몸만 겨우 들일 정도의 작은 집이면 족하다는 얘기다.
국가는 다주택자들에게서 집을 거두어들여 모든 노인들에게 세 칸 집을 마련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백성이 항의 한다’. 작년 광화문에서 발화된 촛불시위가 바로 백성의 항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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