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디너 포 유’…‘예수와의 식사’를 가상한 ‘만남과 치유’에 공감
연극 ‘디너 포 유’…‘예수와의 식사’를 가상한 ‘만남과 치유’에 공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8.11 13:29
  • 호수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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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와의 저녁식사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은 대화를 통해 한 남자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 원작… 일상에 찌든 남자의 변화 그려
무대 위서 실제 식사도… 종교‧행복‧가족 등 의미 생각하게 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자식까지 낳고 오순도순 잘 살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삶이 힘겹다고 느껴지는 당신. 반복되는 하루가 지겨워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기대하는 당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사렛 예수’라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저녁식사 초대장이 날아온다면?
예수님의 식사 초대라는 다소 발칙한 소재를 다룬 연극 ‘디너 포 유’가 오는 9월 24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무대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미국에서 출간된 작가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베스트셀러 ‘예수와 함께 한 저녁 식사’를 원작으로 한다. 2011년 원작과 같은 ‘예수님과 함께 한 저녁 식사’란 제목으로 초연된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초연 당시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연장 공연한 바 있다.
주인공인 ‘남자’는 아내와 갓 돌이 지난 딸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보통의 가정이 그렇듯 남자는 일에 치여 살고 이 때문에 그의 아내는 늘 그에게 불만이 가득하다. 평일 내내 일하고 좀 쉬려고 누우려 하면 아내는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잔소리를 한다. 영원히 달콤할 것 같았던 부부간의 대화는 점차 삐딱해지고 이로 인해 남자는 달아오른 가스통처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태로 지낸다.
이런 그에게 색다른 우편물 하나가 날아온다. 그는 우편함을 정리하던 중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저녁식사 초대장을 보게 된다. 장소와 시간만 적혀 있는 초대장을 보낸 이는 ‘나사렛 예수’. 편지를 읽던 남자는 헛웃음을 지으며 친구들의 장난이라 여기고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해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예상과 달리 식당에선 낯선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낯선 남자는 초대장에 적힌 대로 자신이 예수라 주장한다. 신을 믿지 않는 남자는 황당한 주장에 화를 내며 그에게 증거를 보여달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이때 예수는 남자를 붙잡으며 함께 저녁을 먹자고 권유한다. 식사가 끝나면 누가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선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저녁 식사가 시작되고 길고 긴 수다가 이어진다.
작품의 원작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예수라는 인물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일상에 지친 한 남자를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당신을 위한 저녁식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종교를 뛰어 넘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행복‧고통‧가족‧종교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예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친근감을 더했고 그와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부감 없이 담아냈다. “당신이 예수라는 증거를 대라”는 남자의 요구에 예수는 그가 겪어온 경험들을 눈앞에 재현시키면서 비유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이때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까지 합세 돼 복잡한 이야기들도 쉽게 이해된다.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예수의 말에 남자는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식사를 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새로운 요리가 나올 때마다 대화 주제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애피타이저를 먹으며 대화를 시작하고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핵심 이야기를 나누고 디저트인 티라미수를 먹을 때 남자는 깨달음을 얻는다. 코스 요리와 주제가 맞물리는 절묘한 전개는 긴 대화에도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암전될 때마다 변경되는 테이블의 위치도 극 중 재미요소다. 테이블은 남자가 느끼는 예수님과의 거리를 나타나는데 이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예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의 차이는 크지 않다’, ‘천국에 갈 만큼 선한 사람은 없다’ 등 기존의 종교관가 거리가 먼 대화도 오가지만 예수와의 대화이다 보니 비기독교인은 단번에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생각이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에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초연부터 참여해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도신이 이번엔 연출까지 도맡아 서서히 변화하는 남자를 또 한 번 연기한다. ‘예수’역에는 깊이 있는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다양한 뮤지컬에서 활약해온 배우 최성원과 출연하는 작품마다 안정적 연기로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배우 차용학, 여심을 자극하는 보이스로 매력적인 예수를 연기할 배우 김보강이 캐스팅 됐다. ‘남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알려줄 아내와 어머니역에는 유연, 서유림, 전재현 배우가 참여한다.
김도신 연출은 “사람들이 가진 ‘예수’에 관한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2000년 전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닌 멘토 같은 친근한 존재라는 것을 관객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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