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당장 해지하기보단 관망하는 게 좋아
실손보험, 당장 해지하기보단 관망하는 게 좋아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08.18 13:54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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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 강화된다는데 실손보험 어떻게 할까

고령자들은 해지 후 다시 가입하기 어려워… 신중히 선택을
실손보험료 인하될 가능성… 그때 가서 유·불리 따져봐야

4년전 실손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월 4만3000원씩 납부하고 있는 고 모(60)씨는 “그동안 갑상선과 유방의 혹, 어깨와 다리뼈에 생긴 돌로 인한 레이저 시술 등으로 실손보험 덕을 톡톡히 봤다”며 “나이가 들수록 병은 더 생기기 때문에 보험을 갖고 있어야 안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위한 건강보험 강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고 씨는 앞으로도 실손보험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정부는 8월 9일 비급여를 해소하고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미용․성형을 제외하고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못한 3800여개 비급여 항목들을 예비급여 혹은 급여로 전환해 단계별로 보장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던 실손보험을 유지해야할지 고민이다. 의료비 부담 자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경인지검사, MRI 등 약 100만원이 소요되는 고가의 치매진단비용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20~40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소득수준 하위 50%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본인이 부담하는 연간 치료비 상한액을 1~5분위 기준 122~205만원에서 80 ~150만원으로 낮췄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가 많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실손보험을 통해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파탄을 막으려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약 3300만명으로 전 국민의 65%에 해당한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보장률은 약 80%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실손보험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 측은 “본인의 의료상황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실손보험을 당장 해지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행 이후에 판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해지한 뒤엔 심사를 다시 받아야하기 때문에 재가입이 어려운 점도 유의해야 한다.
3800개 비급여항목이 급여로 전환돼 건보공단이 보장하고 본인부담금 비율이 30~90%로 차등화 되는 등 방향성은 나왔다. 하지만 어떤 질환이나 진료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 본인 부담금 비율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한 번에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아직 정보가 부족한데다가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본인부담금의 일정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는 “비급여가 축소돼 민간보험사에서 보험금으로 지출할 금액이 감소되는 반사효과로 인해 손해율을 낮출 수 있어 실손보험료가 인하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보험사 입장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이 감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급여 부분에서 이뤄진 일부의 과잉진료나 의료쇼핑이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였고 이는 선량한 다수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점에서는 보험사들도 환영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이탈로 시장이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감원 측은 “섣불리 보험을 해지했다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두 곳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공백이 생기는 것은 더 큰 문제”이며 “시행 추이를 지켜보며 더 적은 돈으로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나머지 부분을 보장 받을지 혹은 그 부분은 필요 없으니까 보험을 해지할지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09년 10월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자기부담금 없이 전액 보장받을 수 있고 통원치료는 회당 5000원 정도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 이후 가입자는 보장 표준화 이후로 생긴 자기부담금과 건강상태, 병원 이용 빈도, 보험료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김명자 보험설계사는 “국가가 모든 걸 보장하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부담금이 차등화 된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장범위가 더 확대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20~30% 정도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이나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고급 진료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최은진 기자
cej@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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