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石 시인을 기리는 또 다른 방법
白石 시인을 기리는 또 다른 방법
  • 이동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7.08.25 13:10
  • 호수 5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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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를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는 시인 많아

시에 곡을 붙여 노래 만들고
백석의 사랑 다룬 소설도 등장

지난세월을 돌이켜 보노라니 덧없는 광음(光陰)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시인 백석(白石, 1912 ~1996)의 삶과 작품을 떠올려볼 때 더욱 그러하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백석이란 이름은 결코 입에 담아선 안 될 금기어였다. 북으로 간 시인이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1987년 내가 펴낸 ‘백석시전집’이 출간되면서 백석의 시작품에 대한 인기와 반향은 나날이 올라만 갔다. 우리 민족문학사가 잃어버린 시인의 작품을 다시 되찾았다는 감격을 알리며 저널리즘에서의 반응이 우선 뜨거웠고, 백석의 시작품을 연구 분석하는 논문, 비평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젊은 시인들은 습작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시인이 백석이라 고백했다. 시 창작에 백석의 스타일이나 율격의 호흡, 문체적 방법론을 수용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가는 문학인들도 늘어갔다. 잊을 만하면 여기저기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백석의 시작품이나 서간, 글귀 등이 새로 발굴되어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백석의 시작품에다 곡을 붙이고 노래를 만들어 오로지 백석의 시작품으로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개최한 대중음악인(김현성, 백자)도 활동 중이다. 백석의 모든 작품을 새로 정리한 ‘백석시전집’, ‘백석전집’ 등의 다양한 출간도 봇물처럼 이어졌다.
무릇 백석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의 문학이 머금고 있는 힘의 실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우리 곁에서 줄곧 활발하게 작용하고 분출하며 우리 삶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는가? 이런 전반적 추세는 단절되지 않고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그것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백석과 그의 애인 자야를 다룬 장편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을 완성 발표한 작가는 이승은! 우리에겐 비록 생소한 이름이나 일찍부터 백석의 시작품과 관련 자료들을 읽고 궁리 성찰의 시간을 거듭했다고 한다.
저자는 백석 시인을 사랑했던 김자야 여사의 회고록 ‘내 사랑 백석’을 읽은 감동의 파장을 안으로 굳게 다지며 그 과정에서 솟구쳐 오른 창작의 충동을 오래도록 모색하고 기획했다. 그러한 과정의 끝에서 드디어 이를 장편소설로 집필하려는 결심을 갖게 됐다고 하니 얼마나 갸륵한 일인가. 그 기나긴 몰입의 시간 끝에 마침내 작품의 완성이라는 획기적 결실을 이룩하게 됐다는 고백은 삶과 대상에 임하는 작가의 진지한 자세와 성실성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이 소설은 애독자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표제로 삼았다. 작품의 전개와 구성은 시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기생 진향의 시각으로 그녀의 삶, 백석 시인과의 시간성을 세밀하게 추적해 들어간다. 백석 테마 소설작품으로서는 말 그대로 최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1930년대와 일제 말이라는 근현대사의 새로운 통찰과 경험을 갖게 된다.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는 실제 역사적 인물들의 구체적 활동과 경과는 상당부분 작가적 상상력과 직관력에 기초해 축조된 것이다. 모든 문학작품은 아무리 유익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할지라도 일단은 흥미를 유발시키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시인 백석과 기생 진향의 생애, 그리고 그들의 시대에 대한 전반적 서술과정을 통해 매우 진진한 흥미와 기대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목을 읽고 나면 그 다음 부분에 대한 강렬한 흥미와 호기심으로 이어지도록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그것은 마치 독자들과 함께 백석, 진향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한국근현대 문화사의 여러 유물과 유적지를 직접 이동해 다니며 친절하게 소개하는 문화해설사의 포즈이기도 하다.
작품의 총체적 구성에서 풍겨나는 근현대시기의 문화적 양상과 효과는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한 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한 가슴 설레는 감동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독립적 소설작품으로서도 물론 의미가 있을 터이지만 한편의 영화작품으로 제작돼도 손색이 없는 매우 잘 짜인 상상력과 예술적 미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독자 여러분은 소설 속에서 백석 시인과 호젓이 만나 그의 인간적 풍모와 문학적 감수성까지 두루 경험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시인과 기생의 애틋한 사랑! 1930년대를 중심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실감나게 재현시키며, 독자들로 하여금 정감 넘치는 민족적 삶의 온기와 애환을 두루 체득하도록 터전을 마련해준 작가 이승은의 정성어린 노력에 다시금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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