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를 법으로 시행한다?
효를 법으로 시행한다?
  • 정재수
  • 승인 2007.09.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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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7월 2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약칭 ‘효행장려법’으로 통하는 이 법이 시행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어쩐지 꺼림칙한 측면도 있다.

효를 법으로 시행한다  그러면 유교의 3강 5륜에 명시되어 있는 부자(父子)관계를 법으로 규정하여 시행한다면 부부, 친우(朋友), 임금과 신하(君臣), 나이 많은 사람과 어린사람(長幼)의 관계도 법으로 정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효도관련법은 강제성이 없는 그야말로 장려수준이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효를 지원하는 차원이다. 중국의 ‘효자봉양법’은 자녀는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 만약 봉양하지 않는 사람은 부모를 정부가 노인복지 시설에 모셔다가 봉양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자녀에게 청구한다. 자녀가 그 비용을 납부하면 상관없지만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자녀를 징역을 보내거나 강제노동 시킨다. 싱가포르의 ‘효자송금법’은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 또는 용돈을 송금하면 그 금액을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낸 것으로 계산한다.

이 법은 부모는 용돈 받아 좋고 자식은 세금 낼 돈을 부모에게 송금하니 양자가 서로 좋은 제도다. 우리나라가 ‘효행장려법’을 제정했는데 여기에 ‘효자송금’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여 개정했으면 좋을 듯 싶다.

효란 무엇인가. ‘효는 백행(百行)의 근원이고 모든 인간의 지도원리이다(이퇴계)’, 또 효는 ‘모든 행동의 으뜸이 되는 것이며, 가정을 바로 잡는 길(이율곡)’로 인식되었다.

부모에 대한 효의 가치는 낳아주신(생산) 은혜와 길러주신(양육)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효도에 대한 의미는 부모에 대한 존경, 보살핌뿐만 아니라 내재적으로는 윗 어른에 대한 겸허한 태도, 사회에 대한 헌신적인 봉사,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일맥상통한다.

맹자는 다섯 가지의 불효를 설명하고 있는데 첫째, 나태하여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 둘째, 노름에 빠지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 셋째, 재물을 좋아하고 처자식만 편애하여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 넷째, 쾌락을 추구하여 부모를 치욕스럽게 하는 것, 다섯째, 만용을 부리고 싸움을 일삼아 부모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맹자」, 이루편).

우리나라에 효의 ‘현재적 가치’는 오로지 나이 먹은 사람들만의 논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효가 오로지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순응하고 존경해야만 하는 일방통행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의 효는 박물관에 있을 정도의 가치 밖에 되지 않는다.

서양에도 ‘효’라는 말이 있는데 필리얼 피티(filial piety)로 표현된다. 그런데 이 말은 충성심, 경건 등이 포함된 말로서 우리의 효 개념과는 의미가 다르다. 효는 이제 우리가 아껴야 할 ‘아시아적 가치’이며 깊이 보존해야 할 우리의 자부심이다.

또 세계화시대에 한국을 따라서 효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효 진흥정책을 토대로 가정교육에서의 효 실천, 학교교육에서의 효 가치관 교육, 사회교육 차원에서의 효 일반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효 연구와 현대에 알맞은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정책적 구축을 도덕, 윤리, 철학적 차원, 인간관계적 차원, 정치문화적 차원, 사회복지적 차원, 교육적 차원 등에서 학제간(學際間)연구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차원의 효 장려 정책은 물론 효 문화상, 효의 현대적 해석, 효를 진흥시키는 글짓기, 소설 공모, 체험 수기, 방송극 공모 등도 있어야 한다. 또 효 축제행사, 청소년의 효 캠프, 국내외의 효 모범지역담 탐방 등도 권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효의 범주와 기준을 정해서 부모님 또는 어른을 대하는 예절, 명절 때의 인사법 등 기본적 인성교육도 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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