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통신
솟대 통신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9.22 13:20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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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솟대 통신

철수네 할매 백수 잔치와,
영희네 큰 오라비 고시 합격 같은,
반가운 소식 알려준
우리 동네 아나운서

김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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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물을 상징하는 물새들을 장대 위에 세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빌었다. 그리고 백수(白壽)는 99세를 가리키는 말로 한자의 획을 나누거나 합쳐서 뜻을 맞추며 즐기는 파자놀이에서 왔다. 숫자 100을 가리키는 百에서 한 획을 빼면 白이 되고 이것을 이용하여 100에서 1을 빼면 99가 되므로 99세를 백수(白壽)라 한 것이다.
‘솟대통신’은 마을의 경사와 안녕을 매개로 하여 쓰여진 디카시이다. 전깃줄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솟대가 마을의 기쁜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해주는 아나운서라는 인식은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는가. 솟대가 긴 목을 빼고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기에 철수네 할매는 백수가 아니라 천수를 누릴 것만 같고, 영희네 오라비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마을에는 노벨문학상도 세계적인 천문학자도 나올 것만 같다. 오래 마음이 머무는 디카시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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