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북한 길들이기
역대 정부의 북한 길들이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9.22 13:21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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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지 않은 대북정책이 북핵 위기 불러와

최근 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가 김정은과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쏴대고 폭언을 해대는 건 남쪽에서 애초부터 길을 잘못 들였기 때문이란다. 근거를 개 훈련에 비유했다. 주인이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행동해야 하는데 아빠는 엄하게, 엄마는 느슨하게, 딸은 무조건 받아주는 식으로 대하다보면 강아지가 헷갈려 결과적으로 주인 말을 따르지 않고 반항하고 나중엔 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즉, 역대 대통령들이 확고한 대북 정치철학을 가지고 일관되게 대했더라면 김정은과 같은 포악한 독재자는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북적이며 대북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반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친화적이지도 않고 대북지원도 막바지에 가선 끊는 등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남한의 대북정책은 줏대 없이 흔들렸다.

최근 정부가 북에 800만 달러(약 90억5120원)를 지원한다는 뜬금없는 소식을 듣고 이 심리학과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 대북지원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들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못 마땅해 한다. 미국과 일본, 심지어 북을 감싸온 중국‧러시아마저 합세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2375호 결의를 이행하려는 이때 당사국인 남한이 북을 돕겠다고 나선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다.

일본의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북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했고 아베 수상은 “북에 지원할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 야 3당 대표들도 “지금은 대북지원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대로라면 이번 대북지원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량 쓰여질 것이 뻔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지원금이 현금이 아니고 영유아나 임산부에게 제공되는 물품이라고 둘러대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물품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고 현금을 주고 사와야 한다. 북한은 그만큼의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할 수 있어 결국 남한의 지원물품은 북의 핵‧미사일 개발을 돕는 셈이다.

북에 전달된 대북지원 물품이 원래대로 쓰여 졌는가에 대해서도 통일부 관계자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쌀 30만 톤과 옥수수 20만 톤을 보낸 걸 시작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연간 40만~50만 톤의 쌀을 북에 보냈다. 이것들은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북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호소해놓고 챙긴 물량은 군부나 노동당이 가로채곤 했다. 지원된 쌀이 군용트럭에 실려 부대로 들어가는 정황이 첩보위성 등을 통해 확인됐고 최전방에서는 진지 구축에 남한 쌀 포대가 쓰인 장면이 관측됐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숨겼다. 눈치를 보던 국방부는 보수정부가 집권한 이후에야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쌀 북송은 인도적 차원이기도 했지만 형식은 식량차관형태였다. 10년 거치 20년 상환에 연리 1%의 조건으로 남북 당국 간 계약이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자본주의를 학습시키고 국제사회의 차관이나 제공 방식에 익숙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 240만 톤으로 40kg짜리 포대 6000만개 분량에 이른다. ‘7억2000만 달러의 비용을 떼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당국자는 “예전의 북한이 아니다. 반드시 갚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첫 상환기한인 2012년이 되자 북한은 청구서 수령조차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 중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데 무분별한 대북지원도 그 중의 하나다. 김정은이 남한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기어코 밀어붙이는 것은 북의 핵 보유에 질겁해 조공을 바치는 모양새는 아닌가, 그렇게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 이 정부가 새겨들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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