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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26>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589호] 2017년 09월 29일 (금) 손 성 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 긍선(亘璇, 1767∼1852),
『작법귀감(作法龜鑑)』 권하(卷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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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그리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생사에 대한 성찰은 삶의 태도, 지향과 직결된다. 그러니 이는 이른바 인문학의 핵심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 불교 의례의 절차를 정리한 『작법귀감』에서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후술하였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불교적 답변, 그 내용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삶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 스러짐이니 /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듯 /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삶과 죽음도 실체 없기는 마찬가지라 /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다만 한 무엇이 항상 홀로 나타나 /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담담히 삶에도 죽음에도 매이지 않네 / 澹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위 시에 따르면, 삶은 일어났다가 스러지는 뜬구름과도 같다. 뜬구름처럼 생과 사는 실체가 없다. 인연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 이것이 존재의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살아있는 나’가 고정된 실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집착한다. 그래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에 집착하고 남을 차별하니, 삶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 두 구절은 이러한 존재의 현실을 받아들인 불교적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과 사, 나와 남의 차별과 집착이 없는 경지를 표현한 것인데, 다시 말해 내 머릿속 관념일 뿐인 이분법적 차별이 없는 불이(不二)의 경지, 생과 사, 나와 남의 차별이 없는 일물(一物)의 경지를 표현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경지에 오르면, 내 삶에는 초연해지고, 남의 삶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테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고 했듯이 말이다.
위 질문에 대한 불교적 답변은 이러하지만, 답변이 어떠하든 삶을 질문하고, 질문하며 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름 아닌 인문적 삶이다. 유교적 답변이든, 도교적 답변이든, 기독교적 답변이든, 또 다른 답변이든 모두 좋다.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우리 각각의 삶이 더 깊고 다채로워진다면, 우리 사회도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가 인문학을 갈망하는 이유일 것이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손 성 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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