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생색내기 졸속정책”
“주택연금, 생색내기 졸속정책”
  • 이미정
  • 승인 2007.11.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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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조사 없이 확정하고 전문가 견해 무시

정부가 가장 확실한 노후소득보장 대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지난 7월부터 시행한 주택연금(역모기지)은 생색내기용 졸속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현행 주택연금제도는 계약자에게 불리한 치명적인 제도적 허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제도존립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윤건영 의원(한나라당)은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 “재정경제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설계단계에서 기본수요조사를 먼저 실시해야 했으나 이를 생략한 채 2006년 2월 16일, 상품 내용을 미리 결정하고 ‘역모기지 활성화방안’을 먼저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주택금융공사는 2006년 6월, 뒤늦게 한국갤럽을 통해 일반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며 “당시 조사결과 추정수요가 2만4407가구에 불과하고, 금융기관 담당자들조차 연간 주택연금 가입건수가 100~500건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부정적 견해가 많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입수한 ‘주택연금 수요 전망’ 자료에 따르면 주택연금 예상 가입건수는 제도시행 5년째인 2011년 2222건, 10년째인 2016년 1만5397건 등에 불과했다.


윤 의원은 “이처럼 미미한 실적이 예상됐는데도 정부는 주택연금을 마치 거대한 사회안전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간 미사여구를 사용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며 “지난 7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공중파 방송 3사 및 케이블 TV에 사용한 광고비만 12억6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현재 주택연금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선 주택연금 가입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사실상 소유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해당 주택이 재개발 및 재건축 대상이 돼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윤 의원은 “재개발 및 재건축에 따른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주택연금을 해지하고, 이에 따라 보증료, 대출금, 대출이자를 모두 갚아야 하지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재산인 주택을 맡긴 노인들이 이 금액을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현행 제도는 계약자 사망시 배우자에게 권리가 승계된다고 하지만 현행 민법상 배우자는 직계존비속과 공동상속인의 자격을 갖는다”며 “자녀 등 직계존비속의 동의가 없으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승계할 수 없고, 주택금융공사가 집을 처분해 정산한 금액을 공동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매월 동일 금액을 지급할 경우 65세에 받기 시작한 주택연금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20년 뒤인 85세에 이르면 실질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물가상승을 고려해 처음에는 조금만 받고 점점 많이 받는 구조로 지급액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현행 제도 아래서는 계약자와 배우자가 담보주택에서 다른 장소로 이사를 가거나 1년 이상 집을 비울 수도 없게 돼 있어 20년 이상 한 집에서만 살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주택연금의 도입 취지는 좋지만 정부의 실적내기용 졸속 추진으로 제도적 허점이 너무 많다”며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의미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발전시켜야 하는 만큼 제도적 문제점을 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소액의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자의 경우 주택연금 긴급자금을 받아 앞서 받은 대출을 먼저 갚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선순위 대출이 있거나 전세권이 설정돼 있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지만 이르면 올해 말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종신혼합형’ 주택연금의 긴급자금 사용용도를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확대해 앞서 대출받는 금액을 상환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선순위 대출금이 주택연금으로 받는 긴급자금보다 액수가 크면 가입할 수 없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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