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현대판 고려장 ‘변질’
노인요양시설 현대판 고려장 ‘변질’
  • 이미정
  • 승인 2007.11.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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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촉탁의사 50% 의료서비스 제대로 못 받아

지난 3월 경기도 시흥 한 유료요양시설. 이곳에 입소해 있던 이모(80) 어르신은 폐렴과 패혈증 증세가 나타나 부천의 한 노인전문병원에 응급 입원했다. 병원에 실려 왔을 때 할머니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담당의사는 “사전에 제대로 진료 받고 약만 처방 받았어도 이렇게 위급한 상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밝힌 실례다.


정 의원은 “노인요양시설내 사망자수는 2003년 1771명에서 2006년 3188명, 올해 6월말 현재 2171명이며, 올해 말에는 4300여명이 요양시설에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르신들이 요양시설에서 사망하는 원인은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전국 700여개 노인요양시설의 촉탁의사 현황을 살펴보면 50% 정도가 보수가 없는 무보수 촉탁의사였고, 보수를 지급받는 촉탁의사도 실제로는 보수를 받는 것으로 신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서 예로 든 이모 어르신의 경우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이 어르신에 대한 모든 관리를 요양시설에 위임한 상태였다”며 “요양시설은 이 어르신의 입소보증금(500여만원)이 거의 바닥나자 치료비를 내지 않기 위해 강제로 요양시설로 다시 모셔갔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요양시설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말 그대로 요양시설이 현대판 고려장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 내 사망노인이 급증한 이유는 시설입소자수가 2003년 1만2033명에서 2006년 2만6769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며, 입소자 대비 연간 사망률은 매년 11~13%로 일정하다”고 해명했다.


또 “향후 입소노인의 건강관리를 위해 촉탁의사 미배치 시설에 대해서는 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촉탁의사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이밖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은 요양병원 등으로 유도해 의료적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두성 기자 ds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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