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어떻게 고령사회를 준비했나?
호주는 어떻게 고령사회를 준비했나?
  • 정재수
  • 승인 2007.11.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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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카드 지급 다양한 혜택

모든 노인들 고령연금 받는것은 당연한 권리
제3기 인생 대학교, 평생교육 핵심적 역할


지난 10월 19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OECD 각국의 고령사회 대응전략과 우리의 과제’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고령화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본지는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미국, 호주, 일본의 고령화사회 대응 국가정책과 이슈에 대해 차례로 연재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바람직한 고령화대책을 논의해 본다.

 

▶호주의 고령연금


호주의 첫 번째 고령화 준비는 100년 전 설립된 고령연금이다. 호주는 1890년대 심각한 불황을 겪어야 했고, 노인들에게 가혹한 조치가 취해져 많은 이들이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령연금을 설립했으나 엄격한 조건을 부과해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1900년 당시 노인인구는 25명 중 1명으로 극소수였고, 고령연금에 가입하려면 부유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갖고 있어야 했다.


이후 1909년 연방정부가 국민노령연금 초기 계획을 세우며 실질적인 고령연금이 시작됐다. 이후 수립된 여러 가지 고령화 대책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고, 선거에 있어 노인들의 참여에 의해 좌우됐다.

 

결과적으로,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령연금은 호주 노인들의 퇴직 후 소득의 중요 정책으로 남았고, 현재는 3개의 다른 정책에 의해 보충되고 있다.

▶노년퇴직연금


호주의 고령연금은 사회보험계획과 달리 일반 조세를 통해 기금이 조성됐다. 고령연금은 노인에게 주간평균 소득의 25%에 해당하는 소득을 제공한다.


이는 최저소득이기 때문에 공무원과 교사를 위한 ‘노년퇴직연금’이 먼저 생겨났다. 그러나 일반 노인들은 노년퇴직연금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 정부와 노동조합, 고용주가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더불어 임금의 3%를 노년퇴직연금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노년퇴직연금 기금률은 이후 두 번의 인상을 거쳐 현재 9%에 도달했다.


또한 모든 고용주는 노동자들이 내야하는 노년퇴직연금의 절반을 부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호주에는 독특한 형태의 퇴직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호주의 관습적 퇴직연령은 남성의 경우 65세, 여성은 60세다.

 

그러나 사실상 무의미한 연령제한이며, 거의 모은 노인이 개인 스스로 은퇴하기 적절하거나 노년퇴직연금을 비롯해 노후자금을 충분히 모았다고 판단될 때 퇴직하고 있다.

▶건강관리의 4개 정책축


호주는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있어 4개의 정책축을 고려한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공적기금과 건강보험, 단 2개의 정책축만 존재했다. 그러나 2개의 정책으로는 많은 노인들에게 적당한 건강관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1974년 호주의 보편적 건강보험계획에 따라 세 번째 정책축인 ‘메디케어’가 설립됐다.


메디케어는 전 연령의 호주인들에게 공공병원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료 또는 무료에 가까운 실비를 내고 전문가를 통해 의료보호서비스를 받도록 설계됐다. 이 제도는 노인을 위해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시행 후 대부분 노인이 이용하게 됐다.


특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모든 호주인들은 소득 가운데 2%를 메디케어를 위해 지출하고 있다. 메디케어가 도입된 이후 호주의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에서 보건의료비용은 지난 30년 동안 GDP 대비 7%에서 9%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마지막으로 ‘이용자 지불비용’(user payments)이 건강관리기금의 마지막 정책축에 포함됐다.

 

이용자 지불비용은 공적재원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서비스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지불비용으로 쓰이거나 건강과 관련된 특정서비스와 약물치료에서 보험수가를 넘어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장기요양
호주의 장기요양서비스는 2개의 정책축으로 구성돼 있다.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장기요양 비용의 75%를 차지한다. 나머지 25%는 이용자 지불비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용자 지불비용이 가장 많이 쓰이는 ‘시설케어’는 노령연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시설케어에 사용되는 비용은 이용자 지불비용이라기보다 사실상 정부의 이전지출에 해당된다.

호주의 장기요양서비스는 노인의 욕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서비스에 대한 지불능력은 욕구가 측정된 이후 검증된다. 서비스 이용비용은 모든 기금원의 혼합에 의해 만들어지고 노인은 자기 소득의 아주 적은 부분만 내면 된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비용을 내는 사람과 복지서비스를 받는 사람 사이에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적 건강보험은 장기요양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공적보험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공적기금운용

호주의 노인들은 은퇴소득, 건강관리, 장기요양 등 여러 가지 정책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 궁극적으로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통해 실질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지원을 받는다. 이 같은 공적기금정책은 저소득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소득과 자산에 기초해 각 개인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되고 있다. 공적기금은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다른 지원 기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공적지원이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 엄격히 구별하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정책적 지원을 혼합해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 정책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공적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빈민층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지 않는다. 호주의 모든 노인이 고령연금의 지원을 받고 싶어한다. 노인들은 전 생애에 걸쳐 많은 세금을 냈기 때문에 노후에 고령연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노후소득의 원천

호주 노인들은 크게 4가지 정책을 통해 은퇴소득을 얻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노인들은 각종 기금으로부터 공적지원과 동등한 수준의 소득을 얻고 있기 때문에 공적지원을 받는 노인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둘째, 노인 4명 중 또 다른 1명은 공적지원 이외의 기금을 비롯해 약간의 연금 및 고령연금으로 노후소득을 확보한다. 셋째, 또 다른 1명의 소득은 연금이 대부분이다. 넷째, 마지막 1명은 대부분 저축할 기회가 없었던 여성으로, 고령연금에 의존한다.

호주 노인들의 은퇴 후 노후소득의 원천은 앞으로 2050년까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는 고령연금 비용과 고령연금에 대한 의존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년퇴직연금 보증기금’(Superannuation Guarantee Charge)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많은 노인들이 노년퇴직연금과 다른 저축을 통해 노후소득을 얻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앞으로도 호주 노인들은 고령연금으로부터 노후소득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노인의 수와 지원액은 점점 줄게 될 것이다. 노년퇴직연금 보증기금도 설계 당시 임금의 12% 정도로 책정됐지만 현재 9%로 감소했다.

근로자들이 낸 노년퇴직연금 보증기금은 은행을 통해 광범위한 인프라사업과 생산활동에 투자된다. 보증기금은 이미 예산보다 많은 양의 자금 흐름을 생산해내고 있고, 미래에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부는 장기간에 걸쳐 고령화에 따른 미래 비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


▶정부·사회·가족의 역할

고령화에 대한 대응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호주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다. 최근 고령화 대응정책 입안과정을 살펴보면 정부 이외에 많은 사회단체들이 참가하는 경향이 있다. 보다 많은 사회단체가 참여함으로써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호주의 경우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가 유기적인 상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여 주 및 지방정부의 광범위한 영리 및 비영리조직을 지원, 복지서비스가 이뤄지게 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복지서비스의 질을 규제하는 책임만 지고, 준 정부기관(The Aged Standards and Accreditation Agency)을 통해 관리된다. 심지어 노년퇴직연금 보증기금조차도 사적 재정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시설에 대한 정부 규제도 준 정부기관(Australian Securities and Insurance Commission)에 의해 이뤄진다.

인구고령화는 젊은 세대는 줄고, 노년세대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대간 지원의 균형변화로 인해 고령화 대응 정책이 주를 이루게 된다. 호주 재무부는 이러한 균형이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매 5년마다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여준다. 2001년 발간된 첫 번째 보고서는 정부 수입과 지출 간의 꽤 큰 격차를 보여줬다. 그러나 2006년에는 그 격차가 적당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성공에 관련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령화에 대응한 책임 가운데 가족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호주의 ‘가족과 사회 보호 결의문’은 가족구성원이 다른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가족지원자’(family caregiver)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유급휴가를 낸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해당 소득이 지원된다. 가족지원자는 가정에서 주간보호나 너싱홈, 현금수당, 지원수당 등을 이용해 다른 가족구성원을 돌보게 된다.


▶다양한 복지혜택

호주 연방정부는 최근 은퇴소득이나 장기요양보다 ‘건강한 고령’을 더욱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50대 초반부터 90대와 100세 이상에 걸친 광범위한 연령대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건강을 비롯해 이른바 ‘웰빙’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60세 이상 모든 노인은 매년 겨울 독감예방 주사를 무료로 제공받고,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매년 건강촉진과 예방에 중점을 둔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 같은 정책은 주정부에 의해 실시된다.

주정부가 시행하는 주요 시책 중 하나가 ‘노인카드’(Seniors' Cards)다. 60세 이상 모든 노인은 노인카드를 이용, 대중교통 요금면제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레스토랑, 영화관 등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요금을 감면 받는다.

노인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예로 빅토리아주의 ‘자원봉사 빅토리아’(Volunteering Victoria)를 꼽을 수 있다. 주정부기금으로 운영되는 자원봉사 빅토리아는 모든 연령의 주민들이 하고 싶은 모든 유형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노인들은 학교의 아동과 관련 있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젊은이들과 함께 호주 전 영역에 걸친 환경보호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노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교육기관의 역할도 활발하다. 빅토리아주에서 노인 평생교육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제3기 인생 대학교’(University of the Third Age)를 예로 들 수 있다. ‘U3A’라고 줄여 부르는 제3기 인생 대학교는 빅토리아 주정부와 연방정부, 그리고 참가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기금을 조성한다. 노인들은 지속적으로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기술교육대학을 통해 단기과정도 이수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인카드를 사용해 학비를 감면 받는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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