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심포지엄]일본은 어떻게 고령사회를 준비했나?
[국제심포지엄]일본은 어떻게 고령사회를 준비했나?
  • 이미정
  • 승인 2007.11.2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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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준비로 개호보험 내실다져

지난 10월 19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OECD 각국의 고령사회 대응전략과 우리의 과제’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고령화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본지는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미국, 호주, 일본의 고령화사회 대응 국가정책과 이슈에 대해 차례로 연재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바람직한 고령화대책을 논의해 본다. 이번 호에는 일본의 고령화 대책에 대해 살펴본다.

▶뛰면서 생각, 행동해 간다


일본의 고령화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 대 후반, 27년 정도의 역사와 경험이 있다. 이 기간동안 일본은 고령사회로의 연착륙을 위한 실험기간으로 이른바 ‘뛰면서 생각, 행동해 간다’는 것이 필요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어린이와 고령자가 줄어들고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이 높은 ‘인구보너스’ 시대를 거쳐 왔지만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면서 생산연령인구가 급속하게 줄고 동시에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이른바 ‘인구오너스’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부터 일본의 고령화정책이 본격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한 명의 연금세대를 부양하는 현역 세대 수는 1975년 8.6명에서 2025년 2.1명, 2050년 1.5명으로 1명의 연금세대를 1명이 부양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인구오너스기에 들어선 1990년대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려질 정도로 경제가 침체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90년대 고령화대책은 한편으로 재정적 제약하에 전반적인 사회보장 예산의 감축과 병행해서 진행되게 되었다.


1961년 ‘개보험, 개연금’제도가 만들어져 70년대 전반 그 수준이 확충되었다. 하지만 직장을 기본으로 한 후생연금보험, 건강보험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외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그렇지 못했다.


즉, 연금과 의료 등 보험을 기본으로 한 제도는 보험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것은 2000년 이후 커다란 문제로 나타나게 됐다.


일본은 현재 ‘보험과 세금의 혼연일체성’이 보여지지만 세금방식으로 기초연금이나 고령자의료를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대책으로서의 사회보장을 세금으로 조달할 것인가, 아니면 보험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 하는 토론은 일본에서 고령화대책이 논의된 이후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연금의 ‘신기루’ 현상


많은 나라에서 연금제도는 ‘적립방식’에서 출발해 A.연금제도 도입기에 있어서 경과연금제도의 도입 등 조기성숙화 조치, B.정치적 인기를 위해 정책에 의한 과대한 급부액의 지급, C.인플레의 진행에 의한 적립금 감면, D.물가연동제나 자금연동제의 도입, E.연금의 엉성한 관리로 적립금이 부족해도 부과방식으로 바꿔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의식 등의 다양한 이유로 적립금 잔고가 연금 채무를 밑돌아 ‘부과방식’으로 변해왔다.


이것들은 C를 빼고는 정치경제학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며 특히 일본에서는 1970년대 전반 B에 의한 영향이 컸다고 얘기되고 있다.


적립방식 연금의 약점은 큰 폭의 인플레에 의해 적립금 및 급부되는 연금이 감면돼 버린다는 점이며 부과방식 연금의 약점은 인구구성 변화의 영향을 입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부과방식 연금은 ‘연금은퇴세대’와 ‘현역근로세대’와의 불평등 문제가 크게 부상됐다.


부과방식 연금은 ‘세대간의 연대’를 기초로 성립하는 연금인데 일본과 같이 급속한 고령화가 진전된 사회에서는 현역근로세대의 부담증가 템포가 빨라 세대간 연대를 붕괴해버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이행에 있어 일본은 ‘단계보험료 인상 방식’이 채택됐다.


이 방식 자체는 그리 큰 문제없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5년마다의 ‘재정재계산’연도에, 예상이상의 저출산, 고령화 진전을 이유로 한 거듭되는 보험료인상, 급부수준의 인하, 지급개시연령의 인상 등 3점세트는 국민들에 연금은 ‘신기루’와 같은 것으로 비춰져 연금 자체에 신뢰감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장래 자신들의 연금은 지급받지 못하는게 아닐까, 지급되더라도 금액이 적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증가하게 됐다.


일본은 2004년 개혁으로 연금 보험료율 상한과 앞으로 연금지급 보장액을 명시하는 ‘확약’을 했다. 하지만 이는 좀 더 빨리 시도 되었어야 했고 국민에게 미리 장래에 대한 전망을 명시해 줄 필요가 있었다.


▶개호보험의 성공과 과제


일본의 ‘개호(介護)보험’은 인간의 평균 수명의 연장과 의료비에 있어 노인의료비가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제도다.


네덜란드(1962년), 독일(1995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2000년부터 실시한 일본의 개호보험은 새로운 정책의 전개와 재정자금의 투입, 정책의 내실성을 보여줬다.


또 다른 제도수립 배경에는 고령자세대의 증가, 노노케어(가족내에서 고령자에 의한 고령자의 개호), 노인학대 문제 심각성 등 개호의 사회화를 요망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 배경이 있다. 특히 당시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 방송에서 개호문제는 크게 다뤄졌으며 내실있는 개호서비스를 바라는 여론형성에 공헌을 했다.


특히 1989년부터의 골드플랜 작성(신골드플랜:1994년~, 골드플랜21:1999년~2004년)과 1994년 ‘21세기 복지비전-저출산·고령화를 향해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골드플랜의 작성으로 재택복지나 시설복지의 양적인 서비스의 공급양이 증대됐다. 이것은 개호보험법 시행전에 공급기반의 정비가 실현되어 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큰 공헌을 했으며

 

‘21세기 복지비전’은 5:4:1로 되어있던 연금, 의료, 복지의 급부비율을 5:3:2로 인상시키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개호복지 서비스의 충실을 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호보험에도 개호지원 전문원의 서비스 제공사업소 소속 문제, 개호 보수수준의 인하에 따른 복지시설경영·인재확보상의 문제, 장애자 복지 서비스와의 관계, 재정문제 등이 미해결의 문제로 남겨져 있다.

 

▶명확한 고령사회 정책 필요


우즈하시 다케후미 일본 동지사대학 교수는 일본의 경험을 발판삼아 고령화 대책을 기획, 실시해 나가면서 다음과 같이 유의할 점을 명시했다.


첫째, 고령자상의 명확화로 초기 고령자를 ‘사회적 약자’로 여겼던 점과 정부(후생성)의 ‘풍요로운 고령자상’은 모두 착오였다. 실제 고령자의 소득 및 자산은 개인차가 크며, 풍요로운 고령자도 있고 빈곤한 고령자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각자에 맞는 세심한 시책이 필요하다.


둘째, 관료의 리더십으로 골드플랜 작성과 개호보험법은 주로 후생관료의 리더십에 의거해 이뤄졌다. 세대간의 불공평감, 국민들의 연금불신 등 일관성이 없이 즉흥적인 정책으로 인한 폐해도 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중장기적인 전망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소득보장과 서비스보장의 연계를 맺어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재정문제의 중요성이다. ‘인구보너스’기의 종결과 고령화 사회에서의 불안의 증대는 정치인들에게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는 호기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경제침체, 재정상의 제약으로 정치인들의 리더십은 그다지 발휘되지 못했다.


현재도 고령화 대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재원문제는 많은 부분에서 미해결로 남아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인구보너스기에서 인구오너스기로의 전환기에는 고령화 대책을 위한 재정상의 여력을 남겨두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하나의 큰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정재수 기자 jjs@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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