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령 여성들 ‘만학의 꿈’ 활짝
중고령 여성들 ‘만학의 꿈’ 활짝
  • 이미정
  • 승인 2007.11.2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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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중고 배움의 터전 마련

<사진>성인을 대상으로 초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양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새 책을 받은 뒤 즐거워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놓친 중고령 여성들을 위해 만학의 꿈을 키워주는 학교가 있다.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교장 이선재)가 바로 그곳.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자고등학교의 전신은 일성고등공민학교다. 일성고등공민학교는 6·25 동란 중 함경남도 북청에서 피난 나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전쟁고아, 극빈아동 등을 가르칠 목적으로 1952년에 야학을 세운 것이 시초가 됐다.


당시 야학 선생이던 이선재 교장이 1963년 일성공민학교를 맡은 뒤 양원주부학교와 일선여자중고등학교를 두고 중고령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양원초등학교는 2005년부터 양원주부학교와 함께 중고령 노인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양원주부학교와 양원초등학교는 마포구 대흥동에 함께 운영되고 있다. 1983년 개교한 양원주부학교는 일성고등공민학교 병설인 일성주부학교가 전신이다.

 

이곳에선 초중고등학교 교육뿐 아니라 평생교육과정 모두 1년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재학생은 1000여명의 중고령 주부들로 평균 연령은 50대.

 

학력인정은 되지 않지만 검정고시 준비와 평생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격조건은 하급 학교 졸업장 취득자로 교육비는 월 5만5000원 수준.


▶양원초등학교는 양원주부학교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양원초등학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한국 최초로 성인 대상 초등학교로 학력인정 받았다.

 

일반 초등학교처럼 1~6학년까지 전 학년을 갖추고 있지만 6년이 아닌 4년 만에 졸업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한 학년이 8개월 단위로 4년 12학기제로 운영된다. 평균연령은 60대로 중고령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남학생도 25명이나 재학중이다.

 

현재 1000여명의 학생이 초등교육을 받고 있으며 소풍, 방학, 동화구연·나의주장발표대회 등 여느 초등학교 못지않다.


자격조건은 12살 이상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나 입학 가능하다. 수업료를 비롯해 입학금, 교과서는 정부가 부담하며 매달 2만원의 학교운영비만 내면 된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마포구 염리동)는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무식(無識)이요. 또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불학(不學)이니라’고 말한 이준 열사의 구국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일성고등공민학교에서 일성상업고등학교를 거친 뒤 2000년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이름을 굳혔다. ‘일성’은 북청 태생인 이준 열사의 호다.


일성여중고는 100%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2008학년도 수식 합격자만 50여명. 개교 이래 방송통신대학·4·2년제 대학을 포함해 전원이 대학에 진학했다. 이를 증명하듯 학교 정문 앞에는 대학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있을 정도다.


올해 개교 55주년을 맞은 일성여중고는 졸업생만 해도 3만8000여명. 현재 50~70대 여성 1200여명이 재학 중이다. 진실, 근면, 검소를 교훈으로 삼고 있는 일성여중고는 지난 2000년 2년제 학력 인정 학교로 거듭나 중고등학교 3년 과정을 2년이면 졸업할 수 있다.


학교 교육방식도 여느 중고등학교 못지않은 탄탄함을 자랑한다. 수업뿐 아니라 영어, 한자, 컴퓨터 등 8개 특별활동을 비롯해 문예반, 합창반, 영어말하기 대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정규 수업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 후 특기적성을 살려 웅변대회에 나가 서울시교육감상도 수상할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
특히 문학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많아 신명숙·이영숙씨처럼 재학 중 시인에 등단한 학생도 10여명. 졸업생까지 포함하면 50여명에 이를 정도다. 뿐만 아니라 교내 곳곳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어르신들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영어공부에 열을 올린다.


지원자격은 초등학교 졸업자 및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며 학비는 3개월 단위로 중학교 10만원, 고등학교 60만원 수준이다.


이들은 소외된 주변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결성한 봉사모임 양원봉사회가 바로 그것. 1993년 창립돼 1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회는 정기적으로 회비를 모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및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누고 베푸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관련기사 11면〉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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