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③-나의 노년, 자원봉사로 개척한다
■신년기획③-나의 노년, 자원봉사로 개척한다
  • 이미정
  • 승인 2008.01.1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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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로 활기찬 노년 일구는 어르신들

마음까지 밝게 채색하는 붓놀림

김윤태(72) 송파문화원 노인벽화봉사단 회장

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외벽, 보기 흉한 담벼락, 낡은 건물 벽…. 아무리 지저분한 곳이라도 그의 손이 닿으면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신한다. 붓과 페인트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는 서울 ‘송파문화원 노인벽화봉사단’ 김윤태(72) 회장.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노인벽화봉사단은 2006년 6월 송파문화원이 송파구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건전한 여가문화와 더불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결성됐다. 그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은 모두 25명. 보람찬 여가 및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자 모인 어르신들이다.


김 회장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아파트 재건축 현장 외벽을 비롯해 경로당 담벼락, 장애인  자활작업실벽, 문화원 벽 등이다. 손길이 필요하다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봉사단 회원 대부분 미술과 거리가 먼 아마추어들이니 집중교육도 필수. 벽화 작업 일정이 잡히면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동안 하루 4~5시간씩 교육을 받는다. 작업이 없을 때는 감각을 잃지 않도록 틈틈이 실습도 겸한다.

 

벽화를 그리는 일이 단체활동이니 단합도 기본. 김 회장은 회원들과 수시로 만나 인사동이나 이태원 등 화랑을 찾는다. 회원들과 친목 도모를 위해 산이나 들로 나가기도 한다.


김 회장은 최근 벽화뿐 아니라 페이스페인팅에도 눈을 돌렸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벽화의 단점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벽화 작업 대부분이 밖에서 이뤄지다보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작업하기가 어려워요. 대부분 노인들이라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얼굴이나 몸에 그림을 그리는 ‘페이스페인팅’도 겸하고 있어요.”


그는 지난 8월 서울 강동구 장애인 시설인 우성원을 방문, 60여m의 자활작업실 벽에 자연을 그려 넣었다. 또 장애우들의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 봉사활동과 함께 봉사단이 직접 그림을 그려 제작한 티셔츠도 함께 전달했다.


“남들이 기피하는 공간을 아름답게 바꿔 놓을 때 마다 보람을 느껴요. 하지만 더 행복한 것은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이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이웃을 즐겁게 해주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자원봉사를 통해 얻는 가장 큰 기쁨이지요.”


마술하는 산타할머니, “웃어라~, 얏!”

허봉덕 (76) 마포노인복지관  마술동아리 반장

“여러분~! 이 산타할머니가 부채로 재미있는 마술을 보여줄게요.”


산타할머니가 살이 떨어진 부채를 요리조리 흔든다. 2~3번 흔드는 순간 살이 이어져 하나의 부채가 만들어졌다. 순간 아이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해 주는 산타할머니 허봉덕(76) 어르신.    

 
허봉덕 어르신은 2년 전 산타복장을 입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 마포노인종합복지관 마술동아리 반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허봉덕 어르신의 활발한 성격과 뛰어난 마술 솜씨를 높이 평가한 복지관 관계자가 서울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 주관하는 산타할머니 행사에 추천하면서다.


“2006년 처음으로 산타할머니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배울 것도 많고, 바쁘게 움직여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어요.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순간,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정열을 억누를 수 없었어요. 나에게 이런 감정이 찾아올 것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어요. 한 없이 감동했어요.”


허봉덕 어르신의 겨울은 누구보다 바삐 흐른다. 무대에 어른 어르신께 주어지는 시간은 약 10분. 이 짧은 시간을 위해 산타가 갖춰야할 인성, 마술, 동화구연, 적정 멘트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모든 내용을 전문가처럼 척척 소화해낼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를 볼 때마다 힘을 얻는다. 그것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역할이라는 점도 새삼 깨닫게 된다.


허봉덕 어르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단연 마술이다. 5년 동안 복지관에서 마술동아리 반장을 맡다 보니 수준급 솜씨를 갖게 됐다. 그가 선보이는 마술은 카드마술을 비롯해 지팡이 없애기, 손수건 마술 등 40여 가지나 된다. 허봉덕 어르신은 산타할머니로 활동하기 전 어린이집, 유치원, 고아원, 양로원 등을 방문해 마술로 웃음을 주곤 했다. 마술로도 자원봉사가 가능할까.


허봉덕 어르신은 “자원봉사라고 별건가요.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세상 시름 잠시라도 놓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요”라며 “늘그막에 남들 앞에서 웃음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라며 스스로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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