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비워야 채울 것이 많아진다
[심천칼럼] 비워야 채울 것이 많아진다
  • super
  • 승인 2006.08.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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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톡스(Detox) 요법이라는 건강법이 화제다. 오염된 환경, 기름진 음식, 화학물질이 가득한 집,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몸속에 쌓여 독소가 된다고 보고, 이것을 모두 비워(배출)내는 요법이다.


금식을 통해서 장을 비우고,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비워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1930~1940년대에 한때 유행하다 비과학적이다 하여 자취를 감추었으나 대체요법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너무 오래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며 살아왔으므로 비움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때도 됐다. 비우는 것이 꼭 잃는 것은 아니다. 비움으로써 더 많은 것을 채운다.


IMF 시절에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했던 것도 그런 비움의 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후유증과 고통이 따랐지만 결국 기업의 투명경영이 이루어지고 경쟁력이 생겼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골프는 흔히 정신적인 운동이라고 한다. 천재 골퍼 미셀 위가 골프를 잘 치는 것을 체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역시 마음을 비우고 다스리는 것이 승부와 관련이 있다.


골프만이 아니다.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마음을 비워 성공했다는 얘기는 찾아보면 숱하게 많다.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다.


전쟁에서 꼭 살아남겠다고 집착을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작정하고 싸움에 임하면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욕망을 버리고 자기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이런 비움의 미학에 대해 관심이 많다. 요가와 선을 통한 마음의 수양에서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관심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때 동양적인 미 개념으로 유행한 적이 있는 젠(禪)스타일도 그런 영향 때문이었다.


지금은 우리도 ‘비운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삶 자체가 거의 백년 가까이 서구화되어 왔기 때문에 비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쉬운 예로 집안의 창고나, 책상 서랍, 서재 등 둘러보면 거의 모든 공간이 가득 채워져 있다. 뇌는 어떤가. 세상에서 들어오는 온갖 정보들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다.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승려 탁닛한은 사람들이 온갖 정보들의 공격을 받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병들어가고 있으므로, 느리게 살고 비우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양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기독교나 불교 같은 종교에서 명상이나 묵상을 하는 것도 결국 그런 비움 훈련의 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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