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목 잡는 두통, 고혈압 때문이다?
뒷목 잡는 두통, 고혈압 때문이다?
  • 석승한 원광의대 산본병원 신경과
  • 승인 2017.11.24 13:40
  • 호수 5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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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39]

[백세시대]증권회사에서 일하는 40세 하지근(가명) 씨는 최근 주가가 떨어지면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하는 증상들까지 나타났다. 어떤 날은 머리가 무겁고 뒷덜미가 뻐근했으며, 어떤 날은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그럴 때면 뒷머리를 누르거나 뒷목을 주무르곤 했다. 계속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는 증상이라 여긴 하씨는 병원을 찾아 혈압검사를 받았지만 수축기 혈압 130㎜Hg, 이

완기 혈압은 80㎜Hg로,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뒷목과 어깨 근육을 누르면 심한 통증은 여전했다.
그렇다면 혈압과 두통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드라마 속 갈등관계의 백미는 역시 시어머니와 며느리다. 며느리를 향해 소리 지르는 시어머니, 이내 뒷목을 잡고 두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리를 흰 띠로 질끈 묶고서는 ‘아이고 머리야’를 습관처럼 외친다. 그렇다면 정말 드라마 속 시어머니들처럼 뒷목 잡고 머리가 아픈 것은 혈압이 높아져 그런 것일까?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혈압의 별칭이 ‘침묵의 살인자’ 아닌가. 노르웨이 의학자의 역학 연구에 따르면 혈압 높은 것이 오히려 두통 발생의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고혈압과 관련된 통감각퇴증으로 오히려 고혈압이 두통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씨의 머리가 지끈거리는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두통은 아주 흔한 증상이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을 크게 구분하면 질환이 없는 경우를 원발두통이라 하고,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정확한 경우를 이차두통이라 한다. 하지만 두통 환자 대부분은 질병 없이 나타나는 원발두통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이 이에 속한다.
편두통은 맥박이 뛰는듯하면서 쥐어짜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이 주로 머리 한쪽에 나타나며, 체한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며 토하는 위장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편두통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긴장형 두통에 해당하는데 중등도 이하의 통증과 짓누르는 듯한 압박성 통증이 양쪽 머리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씨에게 나타난 두통 역시 긴장형 두통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으로 긴장했을 때 목, 뒷머리 어깨 근처의 근육들이 수축되고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긴장형 두통이 어떤 원인과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긴장형 두통이 가끔 나타나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상관없겠지만 두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한 달에 15일 이상, 1년에 180일 이상 나타나는 만성긴장형 두통 환자들의 경우 약 60% 이상에서 불안증, 우울증, 수면장애, 진통제 과용과 같은 문제들이 동반될 수 있다. 때문에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두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들의 경우, 두통일기를 작성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두통일기에는 두통의 양상과 어떤 상황에서 두통이 심해지는지, 또 어떻게 하면 증상이 호전되는지, 진통제를 먹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해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동안 스트레스로 시달려온 하씨 역시 전형적인 긴장형 두통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진통제를 포함한 약물치료와 이완요법, 물리치료 같은 보조치료로 통증이 좋아지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세상 살면서 머리 아플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예민해지지 않게 느긋하게 마음을 먹는 것도 두통치료의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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