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박권흠 한국차인연합회장
[인물포커스] 박권흠 한국차인연합회장
  • 정재수
  • 승인 2008.02.0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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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 문화, 국민적 생활문화로 정착시키겠다

 ‘차 마신 암환자가 안 마신 환자보다 7년 더 산다’ 
사명당기념사업회 비롯 사회활동 바빠 나이 잊어 
 
박권흠 한국차인연합회장은 30년 전인 47세 때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의원을 시작한 때로부터 30년, 그만둔 때로부터는 20년이 지난 전직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은퇴자가 아니라 왕성한 활동을 하는 현역이다. 위의 사명당기념사업회장을 비롯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고문, (사)한국자동차경주협회 명예회장(현), 국제차문화연구회 명예부회장(현), 절강(浙江)대학교 객좌교수(현), 중국 다엽박물관 고문(현), 육우다경 연구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술이면 저술, 서화면 서화, 사회활동에서 문화활동에 이르기까지 넓은 반경을 아우르는 활동가다. ‘한국의 차문화’ 등 저서도 여러 권 있다. 서울 인사동 한국차인연합회에서 박권흠 회장을 만났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자신하기는 쉽지 않다. 차를 마시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박권흠 회장. 경력이 빛나지만 지금은 한국의 대표 차인(茶人)이다. 차인연합회를 16년째 이끌어오는 차인들의 리더이니 오죽할까.

박권흠 회장은 “우리 노인들이 차를 마시고 모두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며 차를 음료로 마실 것을 적극 권장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암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년 이상 임상실험 결과 하루에 10잔 이상 차를 마신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년 이상 더 살았다고 한다. 차가 몸 안의 나쁜 세균을 죽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요즘 부쩍 듣는 얘기지만 박권흠 회장을 만나며 다시 확인한다.


- 차 문화는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낯선 감이 있습니다.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차 마신 기록이 많이 있다. 그런데 병자호란 후에 차 문화가 쇠퇴했다. 오랑캐인 청나라에 차를 빼앗기게 되자 백성들이 차 밭을 갈아엎고 차 농사를 안 짓고 차도 안 마시면서 쇠퇴한 것이다. 게다가 한말과 일제 36년을 겪으며 차를 마실 여유도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아마 낯설 것이다. 하지만 전통문화 속에 차를 즐긴 흔적이 있다. 그 하나가 명절 때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하는 것이다. 차를 올린다 해서 차례라고 한다. 또 제사상이나 잔치상에 올리는 다식(茶食)도 차 문화 흔적이다.”


-차인연합회를 회장님이 맡으면서 크게 성장하고 위상이 확고해졌다고 듣고 있습니다.

“차인연합회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 이제 30여년 된다. 내가 맡은 것은 1992년이었다. 그 무렵에는 특히 심한 분쟁을 겪었다. 몇몇 차인회가 떨어져 나가고 활동도 침체됐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힘을 모아 ‘한국다도대학원’을 설립 운영하는 등 운영 활성화를 기했다. 그러다 1996년 세계 16개국이 참가한 제4회 국제차문화(연토:硏討) 서울대회를 개최하면서 발전의 전기를 맞았다. 내가 가진 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해 성공리에 마쳤다. 그러면서 회세(會勢)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약 300여 차인회가 있다.


- 차인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입니다.

“차인연합회를 운영하는 철학이 있다. 개인이 차를 마시면 개인이 건강하고, 가정에서 차를 마시면 나라가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인회 회원은 여성이 80%가 넘는다. 40대~50대 여성이 많고, 20~30대도 있으며 60대 어르신이 다도에 심취해 있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회장이라서가 아니라 차인으로서 당연하다.


- 중국차, 일본차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차 업계가 힘들다고 합니다.

“중국차가 싸다고 여행가서 많이 구입해 오고 일본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제조공정이나 맛이나 색깔 면에서 나는 우리 녹차를 친다. 다경(茶經)을 연구하고, 동다송(東茶頌)을 연구해 보니, 초의선사가 말한 대로 우리 차는 색향기미(色香氣味)다. 우리 차가 색깔이 있고 향이 있고 기운이 있고 맛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 차를 마셔 건강도 챙기고 차 제조업계도 살렸으면 좋겠다.


- 대추차 율무차와 녹차와는 다르지요 

“다르다. 차 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 차를 차라고 한다. 녹차가 대표적이다. 홍차, 중국의 보이차도 진짜 차다. 그러나 대추차, 율무차, 둥굴레차, 보리차 등은 차라고 할 수 없다.


-마시는 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다기에 차를 우려 마신다. 절차가 있지만 어르신들께는 편하게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티백도 괜찮다. 다만 참고로 말한다면 옛날 절에서는 조실스님이 신도나 휘하 스님들을 앞에 앉히고 차를 한잔씩 따라주곤 했다. 그런 식이면 된다. 어르신들이 아들내외 손자들을 앉혀놓고 차를 마시면 좋을 것이다. 어르신이 중심이 돼 온 가족이 대화하고, 어린이가 예절을 배우는 자리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차례라고 했다니 실제로 차를 올리며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는가요 
  
“나도 명절 때는 차를 올린다. 명절 차례상은 단잔을 올리니 단잔으로 차례를 지내고, 기제사 때는 초헌, 아헌, 종헌 이렇게 여러 잔을 올려도 괜찮을 것이다.


- 사명당기념사업회를 올해부터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수석 부회장으로 있다가 올 1월부터 회장을 맡았다. 대단한 분이다. 왜군과의 숱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만이 아니다. 임란 이후 일본에 가서 도꾸가와이에야스(德川家康)와 외교 협상을 통해 포로 3500여 명을 데려오고, 260여년간 한일간 평화체제를 구축한 인물이다. 사명당 선양하는 사업도 참으로 보람 있게 하고 있다.”


-정열적으로 활동하시는 것을 보니 4.9총선에 나가셔도 되겠습니다.
  
“고마운 얘기다. 지금은 노욕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77세는 젊은 축에 든다. 그 점을 고려하면 솔직히 지금 나간다면 원숙하게 잘 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차를 국민적 생활문화로 확산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현재 500만여명이 차를 마시는데 1천만명 정도 마실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사명당기념사업회장으로서도 사명당의 정신을 선양하는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차를 많이 마셔서 암예방, 치료효과도 거뒀으면 좋겠다. 사이타마 현 암연구소 연구결과 7년을 더 살았다지 않은가.”


박병로 기자 roparkk@100ssd.co.kr


※박권흠 회장은…

1932년생 국제신문, 경향신문 정치부
1974년 신민당 김영삼총재 비서실장
1978년 10대 국회의원 당선, 신민당 대변인
1981~89년 11, 12대국회의원(경주, 월성, 청도)
1983년 한국서화가협회장, 고문(현)
1984년 한국LIBYA의원친선협회장
1985년 국회문교공보위원장
1985~88년 서울 올림픽 조직위 집행위원
1989년 한국도로공사이사장
1991~96년 대구일보사장
1992~현재 한국차인연합회장
2007년 사명당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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