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목 (老木)
물기 걷혀가는 몸뚱이
시나브로 삭정이가 되어가도
죽어라 물기 퍼올려
보아라 피워내는 온기 몇 알
아버지, 이제서야 당신을 읽습니다
권현숙(수필가)
**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만큼 억장 무너지는 일이 또 있을까.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위, 아래층에 살고 있는 팔순의 어머니는 자식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꾹, 꾹 참고 있다 더 이상 혼자 감당이 안 될 때 너한테 미안하다며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게 부모 마음이라는 걸 아는데 그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내가 부모 마음을 만 분의 일이나마 알 수 있을까. 저 오래된 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는 나무는 혼신을 다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다. 더 향기롭고, 더 짙게, 더 아름답게. 온 몸이 부서져 내리고 꺾여도 매 순간 마지막 남은 온기가 꺼질 때까지 나무는 나무로서의 일생을 살다 갈 것이다. 내 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글=이기영 시인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